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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120주년을 맞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항 7번 선석에서 120년 전 입국당시 사진을 꺼내보았다. 호놀룰루항 7번 선창(Hawaii Marine Center)은 120년전 갤릭호를 타고 온 102명의 이민자가 일본을 거쳐 도착한 장소이다. /인천사진공동취재단

 

인천이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청 본청 소재지로 지난 8일 결정됐다. 인천은 윤석열 정부 국정 과제 중 하나인 재외동포청 설립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유치 전략을 세우고 실행했다. 인천시를 중심으로 한 유치 활동에 여야 국회의원 등 지역 정치권은 물론이고 시민사회단체까지 가세해 '재외동포청 인천 설치'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재외동포청은 우리나라 최초 공식 이민 시원지인 인천에서 내달 초 출범한다. 750만 재외동포를 지원하는 대한민국 행정기관이 그들을 배웅했던 상징적 장소인 인천에 문을 여는 것이다. 경인일보는 세 차례에 걸쳐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 의미와 효과, 과제 등을 짚어본다. → 관련기사 3면(인천시, 재외동포청 유치 배경·과정·기대 효과 분석)·편집자 주 

구한말 개항장 외국인 조계지 형성

 

다양한 문화 수용 역사적 배경도
"고향 오가는 동포의 길목됐던 곳"


재외동포 정책을 수립·시행하는 재외동포청 소재지가 개청이 불과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인천으로 결정됐다. 그만큼 재외동포청 소재지 결정에 고민이 많았다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인천의 바람이 실현됐다. 이민사 출발지이고 개항을 통해 다문화를 받아들였던 인천의 역사적 배경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나라 관문인 인천국제공항도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외교부가 재외동포청 본청을 인천에 두되 재외동포서비스지원센터(통합민원실)를 서울에 설치하기로 한 결정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재외동포들의 업무 효율성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설명이지만, 지역사회 일각에선 조직 이원화로 인해 본청의 업무·기능이 축소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재외동포청 유치 경쟁은 치열했다. 인천 외에도 광주광역시, 세종, 대전, 천안, 제주 등 여러 지자체가 뛰어들었고, 느닷없이 서울을 선호하는 기류가 형성되면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이는 소재지 선정이 늦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인천은 재외동포청 유치를 위한 주된 논거로 근대 이민이 시작된 곳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우리나라 첫 공식 이민은 1902년 12월 한인 121명을 태운 배가 인천 제물포항을 떠나 이듬해 86명이 미국 하와이로 이주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인천은 조국을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한인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곳인 셈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해 이민사 120년을 맞아 하와이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인사회에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배경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재외동포청 유치 성공으로 인해 인천은 약 120년 전 동포들을 떠나보냈던 장소에서 그들을 다시 맞이할 수 있게 됐다.

인천은 근대 이민사 출발지라는 점에서 재외동포청 소재지로서 상징성을 갖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국제적인 다문화 도시로서 정체성을 확립했다고 볼 수 있다. 1883년 인천항이 열리면서 중국, 일본 등 각국에서 온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거주할 수 있는 조계지가 형성되고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포용력도 갖추게 됐다.

강덕우 인천개항장연구소장은 "인천은 개항으로 신문물과 인적 자원을 받아들이면서 오랜 기간 다양성의 가치를 체화한 도시"라며 "이민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다른 지역은 겪지 못한 역사적 상황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재외동포청 소재지로서 최적지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정현 전 중국 길림대학교 외국인 교수는 인천이 재외동포들이 떠나고 돌아오는 지점으로서 상징성도 충분하다고 했다.

그는 "최인훈(1936~2018) 작가의 소설 '광장'에서도 주인공 이명준이 중립국 행을 위해 배를 탄 장소가 인천으로 나온다"며 "여러 소설에서 공통으로 서술됐듯 문학적인 측면에서도 인천은 외부로 통하는 길목이라는 상징성을 공고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방 이후 38선이 생기고 중국 재외동포들은 육로 대신 인천에서 배를 이용해 고향을 오가는 등 실제로도 많은 동포의 길목이 됐던 곳이 인천"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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