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스스로 권리를 지키고자 출범한 '아동권리옹호단'(5월10일자 7면 보도=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권리옹호단' 출범)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일제히 "아이들 스스로 자기 생각을 하고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초등학생 자녀들은 지난달 옹호단 활동에서 난민 아동 문제와 아동 성착취 피해, 어린이보호구역 음주운전 사고 등 소위 어른들의 과제로 여겨지는 주제들에 대해서도 당사자로서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학부모는 "아동 관련 사건 사고 소식을 두고 굳이 대화를 나눌 생각도 못 했었는데, 아이가 이런 생각들을 갖고 직접 얘기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도 "아이가 '권리'를 중심으로 얘기하는 걸 들으면서 어른들이 너무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존재라고만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렇듯 아동을 보호 대상이 아닌 권리 주체로 규정하는 '아동기본법' 입법 움직임이 어린이날을 전후로 이어지고 있다. 아동기본법은 정부가 32년 전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뒤 지속해서 유엔으로부터 제정을 요구받아 온 숙원 사업이다. 국회 여야는 지난 1일과 3일 각각 아동기본법을 발의하면서 어린이 권리 보장에 한 목소리를 냈다.
토론 청취한 권리옹호단 부모들
"자녀와 대화 나눌 생각도 못해"
'아동기본법' 입법 관심 높아져
하지만 이미 10년여 전부터 논의가 이어졌음에도 번번이 무산된 탓에 말로만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12년 정부와 여당은 아동기본법 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발족해 입법 활동을 펼쳤고 3년 뒤 아동기본법을 발의했지만, 임기 내 제정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더구나 유엔이 아동기본법 제정 기한을 사실상 내년까지로 못 박으면서, 임기가 1년도 안 남은 21대 국회의 책임이 막중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2017년 유엔에 '5·6차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보고서'를 제출한 데 이어 내년 말까지 7차 이행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지난 보고에서도 권고사항으로 반복 지적된 아동기본법 제정 항목이 지켜지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불이익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조소연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아동기본법은 세부적인 복지 서비스를 넘어 모든 아동의 대상과 범위, 권리에 대한 규정을 담은 아동 관련법 사이의 '헌법'적 개념"이라면서 "현행 관련법에서 아동의 나이나 복지 대상, 관할 부처 등 관련 기준이 중첩되는 부분들을 정리하는 기준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