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지하 주차장 1∼2층 상부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지하 주차장 2개 층 지붕 구조물 총 970㎡가 파손됐다. 지붕 구조물은 콘크리트를 부어 평평한 형태로 만든 슬래브로 시공된 것으로 파악됐다. 입주를 5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입주 예정자들은 국토부, 건설사에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지난해 초 광주광역시 화정지구 아파트 붕괴사고 때와 마찬가지로 재시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시공사인 GS 건설은 지하주차장 건설현장에서 당초 설계와 달리 30여 곳에 들어가야 할 철근을 빼고 공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하 1·2층 슬래브에서 전단보강근(상부 철근과 하부 철근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철근)이 누락됐다는 것이다. 철근이 있어야 할 자리에 철근이 없었다는 의미로, 사고의 원인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건설 전문가들은 콘크리트는 휘어짐이나 수직 압력에 약한데, 이를 보강하는 역할을 하는 전단보강근이 부족해 붕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국토부와 인천시, 입주 예정자들은 건설사 측이 철근을 빼돌리거나 의도적으로 누락한 것 아니냐고 의심을 한다. GS건설은 전단보강근 부실은 해당 직원의 단순 과실에 의한 것으로, 원가 절감이나 공기 단축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인천시는 그러나 '설계와 다르게 시공된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을 발견했다'는 대목에 주목하면서 전면 조사를 통해 고의 부실 여부를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후진적 사고가 또 발생했다"며 사고조사위를 꾸려 7월까지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로 했다.

시공사 자체 조사에서 철근이 쓰이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설계와 다른 시공으로 사고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광주광역시 화정지구 붕괴 이후 2년도 안 돼 비슷한 사고가 재현됐다. 당시에도 정부는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를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입주 예정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며 재시공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민국은 '경제 선진국이 됐어도 여전히 안전하지 않은 나라'에 머물고 있다. '안전하고도 잘사는 나라'가 되려면 인천 서구 아파트 붕괴 사고, 어물쩍 넘겨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