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돼 사회적 문제가 됐던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 행태가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 해양수산부 차관 등 고위직 출신 인사들이 한중카페리 선사 사장 자리를 사실상 독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진 관행으로, 카페리 선사가 퇴임한 해수부 공직자들의 재취업 자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주요 선사들은 본사를 중국에 둬 정부의 취업 심사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 실정이다. 고위직 퇴임자들이 제도적 허점을 파고들고, 선사들은 뒷배를 봐줄 보험용으로 사장 자리를 거래하는 것이다.

항만업계에 따르면 박준영 전 해수부 차관이 조만간 '위동항운유한공사' 사장으로 취임한다. 인천~웨이하이, 인천~칭다오 등 2개 항로를 운항하는 위동항운은 10년 넘도록 해수부 출신을 사장으로 채용하고 있다. 2011년 취임한 최장현 사장, 2018년 취임한 전기정 사장도 해수부 출신이다. 다른 선사들도 해수부 출신이 줄줄이 사장 자리에 오르고 있다. 인천~옌타이 항로를 운항하는 한중훼리는 2000년 설립 때부터 해수부 출신이 사장 자리를 독식하고 있다. 2000년 박원경 사장을 시작으로 현 사장인 3대 지희진 사장까지 모두 해수부 공무원 출신이다. 지 사장 후임으로도 해수부 출신이 취임할 것으로 전해졌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자산 10억원 이상, 매출 100억원 이상인 기업은 공직자 취업 심사대상이다. 이들 선사는 기업 규모 측면에서 심사 대상에 포함되지만 해당하지 않는다. 본사를 중국에 두고 회계 등 업무를 현지에서 맡아 심사 대상 규정을 피한 것이다. 국내에 본사가 있는 일부 선사만 취업심사 대상기관에 포함돼 있다. 이런 허점 때문에 선사들이 해양수산부 고위직 출신 인사들의 재취업 자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나 보완책이 없는 실정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해피아의 폐해가 세상에 알려졌다. 10년이 지났으나 해피아는 해체되지 않았고, 고위 관료 출신들의 재취업이 잇따르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왜 이런 기업들의 재취업이 심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는지 모른다고 한다. 해수부 관련 국회 상임위 소속 의원들은 이런 사실을 모를 수 없는데 보완 입법은 추진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해수부 출신 인사들이 한 두 명도 아니고 줄줄이 사장 자리를 독식하는 것이다. 재취업을 막을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