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를 결정하자 여야가 강하게 맞붙었다. 야당은 즉각 대통령실 앞으로 달려가 '대선 공약을 스스로 부정'했다고 거세게 비난했고, 여당은 '의료계 갈라치기'를 목적으로 한 '날림입법'이라며 정부·여당의 타협안 마련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국힘 "갈등유발 뻔해 당연한 조치
野 반성 차원 통합안 마련 동참을"
이날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현행 간호법 제정안에 반대하는 13개 직역 단체를 나열한 뒤 "의료계가 두 쪽으로 갈라져 극심한 갈등과 혼란에 빠지게 된 것은 부작용이 뻔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의석수로 밀어붙인 거대 야당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얼마나 급했으면 간호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면서 앞뒤도 안 맞는 조항을 수정도 하지 않고 그대로 통과시켰다"며 "그 자체로 날림 심사를 자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제라도 반성과 결자해지 자세로 의료계를 통합하는 타협안을 만드는 데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간호법 재의 요구에 따라 예상되는 간호협회와 야권 반발에 대해 "(재의) 표결 시점이라든지, 표결하기 이전 논의를 어떻게 할지 등은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교감해보겠다"고 말했다.
재의 요구가 '대선 공약 파기'라는 야당 공세에 대해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은 간호법에 대해) 정식 공약을 한 바가 없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발표한 국정과제에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작년 1월 11일 대한간호협회 방문했을 때 협회 측에서 제정 공약을 요청했고, 윤 대통령은 '합당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의원들 설득에도 노력하겠다'는 취지로 답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민주 "의회 입법권 철저하게 무시
명분 쌓기위해 국민 분열 택했다"
정의 "의회민주주의 중대한 도전"
반면 야권은 간호법이 대선 공약이었던 점, 해당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야가 합의로 통과시켰다는 점을 강조하며 '민주주의 신뢰위기'·'의회 입법권 부정'이라고 공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대통령실 앞으로 달려가 소속 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신종감염병 대응과 치료·돌봄, 요양 등 국민들에게 보다 폭넓은 간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여야 모두 함께 발의했던 법이고, 국회에서 오랜 시간 정당한 논의 절차를 거쳐 통과된 법률"이라며 "그럼에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철저히 무시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당 대표도 "대통령은 공약 파기 이유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국민에게 공약 파기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했고, 박광온 원내대표도 "간호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정부·여당이 갈등 중재와 합의 처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는다"면서 "거부권 행사 명분을 쌓기 위해 국민 분열을 선택했다. 국민통합의 길로 가야 할 정치 상황은 극단적 대치의 길로 가게 됐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하고 국민의힘을 향해 "법사위에서 내내 발목 잡은 것도 모자라 하다하다 엄연한 대통령의 약속을 가짜뉴스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의 변심에 여당까지 덩달아 조변석개한다면 정당이 아닌 종복"이라고 힐난했다.
/정의종·권순정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