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달 27일 국민의힘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은 의료계 직역간 내분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의사단체가 부분파업을 강행하고 간호조무사 단체가 맹렬하게 반대하는 가운데, 간호사협회와 한의사단체는 원안 공포를 주장해왔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치하는 의료계 내분을 염두에 둔 결정이다. "사회적 갈등과 불안감이 직역 간 충분한 협의와 국회의 충분한 숙의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며 국회에서 다시 논의할 것을 요청한 것이다. 정부 재정으로 쌀값 하한선을 보장할 수 없다는 명백한 반대의사를 표현했던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 때와는 온도 차이가 있다.

국회를 지배하는 절대다수 야당과 대통령실이 총선을 앞두고 의료계 직역별 이익집단의 눈치를 보며 입법 핑퐁을 벌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갈등은 국회 입법 과정에서도 극렬했었다. 17대 국회 때부터 발의와 폐기를 반복한 입법 역사를 감안하면 의료계의 타협과 합의가 법 제정의 관건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 단독 처리했다. 간호사에겐 생색을 내고 의료계 갈등은 대통령실로 넘겨 버린 것이다. 그러자 이번엔 대통령이 의사와 간호조무사들의 반발을 근거로 국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사실상 정치적 반격이다.

양상은 복잡해 보이지만, 간호법을 둘러싼 갈등은 상호 불신과 오해만 극복하면 타협의 여지가 많다. 의사와 간호사간엔 '지역사회 간호'로 촉발된 간호사 개업 쟁점을 해소하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위상 논란 역시 대화로 해결할 여지가 충분하다. 선후를 따지면 국회가 입법과정에서 대화와 타협을 주도했어야 맞다. 그런데 이를 느닷없이 통과시켜 대통령실에 정치적 부담을 안긴 결과로, 사회적 갈등이 확산된 형국이다.

간호법 입법 핑퐁은 정치 부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을 비난하며 간호법 재투표를 공언했다. 하지만 간호법 갈등은 숫자를 바탕으로 한 투쟁으로 변질됐다. 의사·간호조무사 숫자가 간호사·한의사보다 많다. 간호사단체는 총선 투쟁을 외치고 나섰다. 의사·간호조무사들도 상응한 투쟁을 선언할 것이다. 민주당이 숙의와 조정 과정 없이 원안 재투표를 강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 부재가 나라를 파국으로 몰아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