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기업을 30년 이상 경영했다. 고령인 그는 자신이 평생을 바친 법인의 운영을 자녀에게 맡기려고 계획 중이다. 이를 위해 주식 600억원 규모를 증여하려고 하는데 이에 따른 증여세가 112억원이다. 문제는 이를 5년 안에 납부해야 해, 매년 22억4천만원을 마련해야 한다.
너무 막대한 금액이기에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얼어붙은 경기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업 증여는 상속과 달리 세금 분할 납부 기간이 짧아 부담이 크다는 게 A씨의 호소다.
가업 승계와 관련, 세금 문제에서 고충을 호소해온 경기지역 중소기업인들(2022년 11월23일자 13면 보도)이 김진현 중부지방국세청장에게 증여 시에도 세금을 보다 장기간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청했다.
도내 기업인들을 잇따라 만나 세정지원 방안을 모색 중인 김 청장은 17일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가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해 기업인들로부터 이 같은 건의를 받았다.
현재 세정당국은 가업 상속 재산의 경우 최장 20년까지 분할 납부를 허용하고 있지만 증여는 그 기간이 5년으로 제한돼 있다.
기업인들이 생전에 증여 방식으로 주식 등을 넘기려면, 이때 발생하는 세금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게 기업인들 입장이다. 기업인들은 김 청장에게 기업의 주식 등을 자녀에게 넘길 때 증여 시에도 상속과 동일하게 최장 20년 분할해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속과 달리 5년 제한에 부담 커
김진현 중부국세청장과 간담회
'최장 20년 분할' 제도 개선 촉구
앞서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와 도내 중소기업 관련 12개 단체 등은 기업 대표자들의 고령화 비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가업 승계를 지원하는 제도의 실효성은 크지 않아, 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이밖에 세무조사 사전통지 생략 대상에서 전부조사를 제외하고 세무 국선대리인 지원을 확대해줄 것을 촉구했다.
김식원 중소기업중앙회 경기도회장은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큰 상황 속,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국세 행정 지원과 협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진현 청장은 "건의해준 내용을 충분히 검토해 국세 행정에 잘 반영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도내 중소기업들을 위해 경기도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시행한 '경기도형 납품대금 연동제'에 50곳의 기업이 참여할 전망이다. 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하 경과원)이 지난 10일까지 참여 기업을 모집한 결과, 민간기업 50곳(위탁기업 16곳, 수탁기업 34곳)이 신청했다. 수탁기업과 위탁기업이 납품대금 연동특별약정서를 체결해, 내용에 따라 납품대금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도는 조정 실적을 평가해 우수 기업을 선정한 후 지방세 세무조사 유예 등 혜택을 줄 예정이다.
/강기정·신현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