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대표는 "부친께서 생계를 위해 미술계에 들어와 평생 일을 하고 가시면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하는 생각을 늘 갖고 계셨다"며 기증 이유를 밝혔다.수집가들이 평생을 모아온 예술작품을 선뜻 내놓는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을 알기에, '한평생을 같이 살아온 아버지의 뜻을 잘 안다'며 이렇듯 작품들을 흔쾌히 건넨 기증자의 소감은 마음 한 편을 찡하게 만들었다.
기증된 작품은 한국화의 변천과 실험적 면모가 투영된 대표작들이 망라돼 있고, 보다 폭넓은 한국화 연구를 위한 기반이 됐다.
국민들에게 이제는 너무나도 잘 알려진 '이건희 컬렉션'도 마찬가지다. 사실 개인이 소장한 작품들은 아무리 뛰어나고 훌륭해도 대중에게 직접 공개하기는 힘들다. 특히나 이건희 컬렉션이 기증됐을 때 국립현대미술관의 몇 년 치 소장품 구입 예산을 다 털어도 살 수 없는 가치 높은 작품들이 많다며 관계자들이 무척 흥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책에서만 보던 작품을 실제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이건희 컬렉션의 가장 큰 기능은 예술에 대한 문턱을 낮췄다는 것에 있었다.
어려울 것 같았던 문화를 좀 더 쉽고 가깝게, 흥미를 가지고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집가들뿐 아니라 자신의 작품을 기꺼이 기증한 작가들도 있다. 최근 수원시립미술관 개관 이래 최다 관람객이 방문한 조각가 에르빈 부름의 전시작품 4점이 작가의 뜻에 따라 기증되기도 했다.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창을 더 넓게, 또 깊게 만들어주는 기증의 '힘'과 '의미'가 새삼 고맙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이렇게 문화예술이 한 걸음씩 다가오는 만큼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보고 나누며 느낄 수 있다면, 이 또한 기증의 참된 기쁨이 아닐까.
/구민주 문화체육부 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