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앞으로 시·군 종합감사에서 자치사무 자료를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도가 시·군을 대상으로 감사를 시행하는 이유는 정부·경기도 예산이 들어가거나 사무를 시·군에 위임했을 때 이를 잘 처리했는지 살피기 위한 것이지만, 범위를 넘어 시·군에서 자체적으로 하는 사무까지 감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이다. 지방자치 정신에 입각한 온당한 결정이다.

자치사무에 대한 상급기관의 감사는 번번이 논란이 됐다. 때로는 법정 다툼으로까지 치달을 정도로 기관 간 법적, 정무적, 감정적 대립의 원천이었다. 단적인 사례가 지난 2020년과 2021년 이뤄진 경기도의 남양주시 감사·조사였다. 당시 경기도는 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을 이유로 남양주시에 대한 특별조사와 종합감사를 연달아 실시했다. 시는 감사·조사를 거부했고, 끝내 기관 간 고발전과 법적 대응으로 이어졌다. 수년 간의 다툼 끝에 헌법재판소는 남양주시의 손을 들어줬다.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의해 부여된 남양주시의 자치권을 경기도가 침해해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경기도의 남양주시 감사가 비판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경기도 역시 그간 같은 주장을 해왔기 때문이다. 도는 국회 국정감사 등이 있을 때마다 국가에서 위임한 사무와 정부 지원 예산에 대해서만 감사받아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여왔다. 경기도가 고유의 자치권을 보장받고 싶다면 도 역시 시·군의 자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었다.

지방자치가 본격화된 지 한세대가 지났다. 제도의 의미와 역할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방자치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상존한다. 지방자치가 활성화되려면 제도적·정책적 측면에서 중앙정부 차원의 관심이 수반돼야 한다는 게 각 지방정부·의회의 오랜 주장이지만, 지방자치의 주체인 지방정부가 그 가치를 제대로 실현하는데 얼마나 충실했는지도 간과해선 안 될 문제다.

그런 측면에서 경기도의 이번 결정은 상급 자치단체의 자치 실현 의지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새 감사 지침은 17일 시작한 포천시 종합감사에서부터 이미 적용됐다. 혹여라도 구호에만 그쳐선 안 될 일이다. 경기도의 결정이 지방자치의 주체인 각 지방정부가 고유의 권한을 지키고, '지역의 일은 지역이 스스로 결정한다'는 자치의 의미를 온전히 실현하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