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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 일부 지식산업센터들이 주거시설로 광고 분양하거나 준공 후 임대하는 등 꼼수를 부리고 있다. 21일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지식산업센터 내 싱크대, 화장실 등이 설치된 한 호실. 2023.5.21 /임열수·김준석기자 pplys@kyeongin.com

경기지역 일부 지식산업센터들이 관련 법상 공장이나 업무시설 용도로 써야 할 공간을 주거시설로 광고해 분양하거나 준공 후 임대하는 등 꼼수를 부리고 있어 관할당국의 단속이 요구된다.

21일 도내 일선 지자체 등에 따르면 지식산업센터는 공장 또는 업무시설이 집적된 건축물로, 지원시설 목적의 기숙사로 지어진 예외적 공간을 제외하고는 주거시설로 사용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할 경우 건축법이나 산업집적법에 따라 행정처분 대상이다.

그러나 수원, 시흥 등지에 있는 지식산업센터들이 '라이브오피스'라는 개념을 임의로 만들어 마치 주거시설이 가능한 것처럼 분양하거나 원룸 등으로 꾸며 임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숙사 목적 외 거주 안되는데
경기지역 '라이브오피스' 횡행
냉장고·세탁기… 원룸과 동일


지난 19일 수원 원천동에 있는 한 지식산업센터(현대테라타워 영통, 2022년 5월 준공)의 매물 거래와 임대차 계약을 중개하는 A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주거시설로 입주(월세) 가능한 호실이 있는지 문의하니 "기숙사(지원시설)는 지식산업센터 입주 기업 소속 직원만 가능해 불가한데 라이브오피스 동엔 남는 호실이 여러 개 있다"며 "(건축물 대장 상)공장이라 전입신고가 안 되는 대신 다른 곳보다 보증금과 월세가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관련 법상 주거시설로 사용할 수 없다면서도 입주가 가능하다고 매물을 소개했다.

인근 B 공인중개사사무소를 통해 해당 지식산업센터 라이브오피스를 확인한 결과 거실과 화장실, 싱크대, 냉장고, 드럼세탁기 등을 갖추고 있어 일반 원룸과 동일했다. 하지만 이 지식산업센터가 건축허가와 준공 당시 시에 제출한 도면을 보면 화장실만 그려져 있을 뿐 그 외 시설은 없었다.

시 관계자는 "해당 동 도면에서 호실마다 싱크대 등이 기재된 채로 신청됐으면 주거시설 용도 사용이 의심돼 건축허가가 나지 않았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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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 일부 지식산업센터들이 주거시설로 광고 분양하거나 준공 후 임대하는 등 꼼수를 부리고 있다. '라이브오피스'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걸어 홍보 중인 한 공인중개사무소. 2023.5.21 /임열수·김준석기자 pplys@kyeongin.com

이런 상황은 시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시흥 광석동의 C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는 오는 2025년 준공을 목표로 분양 중인 현대테라타워 지식산업센터와 관련해서 준공 후 주거시설 용도의 임대차 계약이 가능하다고 분양홍보를 했다.

해당 사무소 관계자는 "업무시설 건물이라 일단 빈 사무실로 건물을 짓고, 준공 끝나면 별도로 화장실과 싱크대 등을 공사해 일반 임차인에게 세를 줄 수 있다"고 전했다.

관할 지자체, 소극적인 대처만

이 같은 꼼수 분양과 임대차 계약 중개 행위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지만, 관할 지자체는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어 이를 근절하기 위한 강력한 조처가 시급하단 지적이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라이브오피스란 말이 지식산업센터 조성과 관련해 쓰이기 시작했고 지난해 관련 민원이 다수 제기돼 공인중개사협회 등에 매물 중개 시 '입주자 유의사항'을 명확히 적시하라고 여러 차례 전달했다"며 "현장 조사에 나간 적은 아직 없으나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즉시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