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의회 한승일 의장이 공무원 신분인 수행기사를 개인 기사처럼 부렸다는 폭로가 나와 물의를 빚고 있다. 30대 중반의 수행기사는 의장이 공적 목적이 아닌 사적인 술자리에도 대기하도록 한 뒤 집에 데려다 달라고 지시한 적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의장이 새벽에 문자로 그날의 돌발 일정을 알리기도 했다고 한다. 서구 공용차량 관리 규칙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사적 용도로 사용해선 안 된다.

해당 공무원은 개인 운전기사처럼 대하는 것 같아 하소연도 하고 의회 사무국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아무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실제 지난해 12월 근무 일지에는 무려 23일이나 초과·휴일 근무를 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차 안에서 두 시간 넘게 대기하기 일쑤였고, 김밥 등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며 휴일이 없다 보니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스트레스로 인한 적응장애 진단을 받은 사실도 공개했다.

처음 이런 사실을 부인했던 한 의장은 수행기사와 만나 사과의 뜻을 밝혔다. 서구의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직원이 "과장된 문구가 있어 오해를 풀고 싶다. 의장님께서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피해 당사자는 "형식적인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가해자와 상급자와 마주해야 하는 불편하고 부적절한 자리였고, 미리 준비한 사과문을 읽는 등 진정성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장뿐 아니라 서구의회 사무국의 해명을 두고도 논란이다. 사무국 고위관계자는 "수행기사가 젊은 MZ 세대여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의장의 인성과 행태를 고발하는 폭로가 나오자 마치 세대 갈등에 따른 문제로 물타기를 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구청 게시판에는 'MZ 세대라 더 참아왔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거나 '의회 사무국 관계자의 의식 수준'이란 제목의 비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갑질 행태가 끊이지 않으면서 지방자치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공직자들은 물론 의회 안팎에서 '의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구의회는 조만간 전체 회의를 열어 의장 갑질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형식적 사과에 이은 보여주기식 회의가 돼선 안 된다. 재발을 막을 실효적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 공직사회와 지역주민들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