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근대건축물을 새로 단장해 시민에게 개방하는 문화재 활용 정책 3호 공간인 '신흥동 옛 시장관사'(긴담모퉁이집)가 24일 문을 연다. 사라져 가는 인천의 역사문화 공간을 되새기고 시민들이 다시 찾게 하는 마중물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22일 오후 인천 중구 신흥동 이른바 긴담모퉁이길 안쪽 골목에 있는 옛 시장관사를 공식 개방 이틀 전 찾았다. 지하 1층, 지상 2층(연면적 251㎡) 규모 목조 철근 콘크리트 건축물인 신흥동 옛 시장관사는 서양건축 양식과 전통 일본식 주택 요소를 더한 전형적인 문화(文化)주택이다. 인천시는 2020년 옛 시장관사를 매입해 최근까지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건물 1층 거실은 건축 당시 원형을 대부분 보존해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하는 공간과 서재로 꾸몄다. 거실 한쪽 벽면은 완전히 개방해 정원과 통하도록 하고, 2층은 일본식 다다미방 겸 전시공간으로 재구성했다. 2층 천장 일부를 개방해 목조 지붕 구조물이 보이도록 했으며, 커튼 걸개나 전등 스위치 등은 쓰던 그대로 남겼다. 전체적으로 '레트로'(Retro·복고풍)한 감성을 준다.
신흥동 옛 시장관사 운영을 맡은 현장 관계자는 "젊은 층이 사진을 찍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 즐겨 올리는 최근 경향을 반영한 감성"이라고 말했다.
市, 문화재 활용정책 3호 내일 개방
서양건축에 일본식 더한 문화주택
'레트로' 감성·인문학 투어 운영도
1938년 건립한 신흥동 옛 시장관사는 1954년부터 1966년까지 인천시장의 관사로 쓰였다. 주변에 여러 관사가 들어서면서 한때 이 동네는 관사촌으로 불리기도 했다.
인근 긴담모퉁이길은 1900년대 신흥동 일대에 살던 일본인들이 축현역(현 동인천역)과 경인가도(배다리 일대)를 오가기 위해 석축을 쌓아 만든 길이다. 1930년대 인천에 많던 정미소로 출퇴근하던 여성 노동자들이 긴담모퉁이길을 걸었다.
근현대 역사 이야기를 품은 신흥동 옛 시장관사와 긴담모퉁이길은 현재 인적이 뜸한 구도심 주택가로 잊혔지만, 인천시는 이번 문화공간 조성으로 동네 사랑방, 명소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인천시는 2020년 제물포구락부, 2021년 송학동 옛 시장관사를 리모델링한 인천시민애(愛)집에 이어 신흥동 옛 시장관사를 문화공간으로 새단장했다.
인천시는 인천시민애집과 제물포구락부에서 자유공원~신포시장~답동성당~긴모퉁이길~신흥동 옛 시장관사를 걷는 인문학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해 시민들의 발길을 유도할 방침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큰 건축물을 보존해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다음 세대까지 지역의 가치를 계승한다는 취지"라며 "이 같은 방향성을 갖고 후속 사업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3면(인천 근대유산 '점~선~면' 정책… 지역 활성화 이어진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