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울 때 꺾일 운명인 꽃이 있다. 5월 꽃을 피워 붉은색 자태를 드러내는 마약류 양귀비 얘기다.
이천시 증포동에 사는 70대 여성 A씨는 자신의 주택 뒷마당 텃밭에 마약류 양귀비를 기르다 경찰에 발각됐다. 지난 21일 오후 2시55분께 도보 순찰을 벌이던 중 A씨가 심은 양귀비 60그루를 발견하면서다. 경찰은 A씨에게 양귀비를 재배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를 적용해 입건했다. 경찰은 양귀비를 모두 뽑았으며, 곧 A씨를 불러 양귀비 재배 목적 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8일 평택시에서도 양귀비 수십 그루를 키우던 60대 남성 B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합정동 한 식당에서 마약류 양귀비를 키우는 것 같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B씨가 운영하는 식당 영업이 끝난 시점에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해당 건물주에 협조를 요청한 뒤 1층 텃밭에 채소들과 섞여 붉게 피어난 양귀비를 포착했다. 모두 75그루의 양귀비가 심어져 있었고, B씨는 경찰에 범행 일부를 자백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판매 목적은 아닐 것으로 보고 정확한 범행 경위를 조사 중이다.
노인들 불법 재배하다 잇단 적발
올해부터 한 그루만 키워도 처벌
이처럼 양귀비를 불법 재배하다 적발된 사례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주목할 것은 양귀비를 불법 경작하다 적발된 이들이 대부분 60~80대 고령이란 점이다. 마약류 양귀비가 관절통·신경통과 같은 통증 해소와 소화 작용 등에 효능이 있다는 오랜 믿음이 이들의 비밀스러운 범행 동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렇게 동네에서 입소문을 타다 보니 한 장소에서 여러 그루의 양귀비를 불법 경작한 사실이 적발돼 주인을 찾아보면, 동네 사람들이 품앗이하듯 나눠 심는 정황이 드러나기도 한다.
경찰은 적발 사례가 끊이지 않자 50그루 미만 재배 행위면 압수와 계도로 끝내던 것에서, 올해부터는 단 1그루만 재배해도 고의성이 입증될 시 입건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강화했다.
경찰 관계자는 "'양귀비가 몸에 좋다'는 잘못된 정보가 널리 퍼져 시골 마당 텃밭이나 마당에서 양귀비를 불법 경작하는 노인이 많다"며 "이제 1그루라도 직접 재배할 경우 처벌 대상이다. 7월까지 경찰이 마약류 양귀비 대상 집중 단속을 펼칠 예정인데, 모르고 재배하는 일도 범죄가 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지난 2020년부터 작년까지 경기남부지역에서 양귀비 재배 혐의로 적발된 건수는 각각 260건, 212건, 274건(이날 현재 기준)으로 나타났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