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을 절망에 빠트린 초대형 전세사기가 가능했던 부동산 시장에서 지식산업센터가 새로운 불법의 온상이 됐다는 지적이다. 지식산업센터는 2009년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소기업의 공장과 사무실이 입주하는 집합건축물이다. 그 전엔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렸다. 지원시설로 기숙사를 설치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주거를 위한 분양 및 임대차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지식산업센터를 주거시설로 광고해 분양하거나 준공 후 주거시설을 설치한 뒤 임대차하는 일이 성행한다. 아예 '라이브 오피스'라는 이름으로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유인할 정도라고 한다. 지난해 5월 준공된 수원의 한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인근 공인중개업체들이 저렴한 보증금과 월세를 앞세워 매물을 주거용으로 중개중이다. 전입신고가 안 되는 불법 거래의 부담을 싼 가격으로 덮는 상술이다. 시흥에서도 같은 명칭의 지식산업센터를 공인중개업체가 주거시설 용도의 임대차 분양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버젓이 불법을 감행하는 부동산 시장의 몰상식이 놀랍다. 지식산업센터 시행사, 시공사와 중개업체가 공모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불법 거래로 인한 모든 피해가 온전히 임대 및 분양 소비자들의 몫이라는 점은 심각하다. 전입신고가 안 된 불법 거주이니, 거래에 따른 피해가 발생해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입신고 없는 불법 거주 자체가 또 다른 범죄를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의의 피해자와 악의를 가진 가해자들이 지식산업센터에 집적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수원과 시흥의 사례는 전국적으로 일반화된 현상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전수조사만 하면 초기에 다 걸러내고 바로잡을 수 있는 불법 현장이다. 지식산업센터를 거주시설로 리모델링했는지, 입주자가 사업자인지 일반인인지는 현장 점검과 서류 몇 장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는 초보 행정에 불과하다. 그런데 산업부도, 지방자치단체도 이를 기피하고 불법을 방조한다. 변명이 어처구니 없다. 지식산업센터 불법 전용과 거래를 단속할 법적 주체와 근거가 부족해서란다.

근거가 없다고 눈앞의 불법과 편법을 방치한 무기력한 행정으로 전세사기를 사회문제로 키웠다. 법령이 없으면 서둘러 입법을 촉구하고, 법적 근거가 부족해도 당장의 불법을 조기에 차단하는 적극 행정을 펼쳐야 마땅하다. 경기도라도 당장 현장에 나가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