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수.jpg
한달수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미국 위스콘신주 제인스빌은 GM(제너럴모터스)의 가장 오래된 공장이 있었던 지역이다. 인구 6만여 명의 소도시지만 자동차산업이 호황을 누렸던 20세기 중반에는 공장에 고용된 이가 7천명에 달했을 정도로 GM의 영향력이 컸던 곳이다.

제인스빌 공장은 2008년 12월23일 폐쇄됐다. 공장이 들어선 지 85년 만이었다. 금융위기의 파도를 넘지 못하고 좌초될 상황을 맞은 GM이 미국 내 공장 구조조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공장에선 대형 SUV와 픽업트럭을 생산했는데, 경기침체가 본격화한 가운데 '기름을 바닥에 뿌리고 다니는' SUV 수요가 급감하면서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GM 공장이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은 석유파동이 벌어진 1970년대 이후 주기적으로 제인스빌을 강타했다. GM이 대규모 감원을 예고할 때마다 도시 전체에 위기감이 퍼졌지만, 제인스빌은 매번 생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도시 사람들은 'GM 철수설'이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 낙관하기 시작했다.

한국지엠 부평공장의 역사 또한 제인스빌 공장 못지 않게 길다. 61년 간 주인이 숱하게 바뀌면서 수차례 부침도 겪었다. 지난해 12월 부평2공장 가동 중단에 위기설이 다시 고개를 들었지만 올해 실적이 순항을 이어가면서 한고비는 넘긴 듯하다. 호성적을 바탕으로 전기차 생산 시설 유치 가능성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최근 GM 수석부사장이 부평공장을 찾았을 때 우리 정부가 전기차 생산시설 투자를 요청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만 지역 차원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건 우려스럽다. 이미 수차례 반복돼 온 'GM 철수설'에 지역사회가 내성이 생긴 탓인지, 정부가 나섰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안도감인지는 모르겠다. GM이 국내 전기차 생산 투자를 확정하는 게 부평공장의 미래와는 무관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인천이 미래차 산업 경쟁력을 충분히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보도 지금부터 동반돼야 하지 않을까.

/한달수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