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 에너지 정책의 근간을 뒤흔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해 25일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입법 취지는 원거리에 위치한 대규모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전국에서 소비하는 대신, 지역별로 전력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국가가 주도하라는 것이다. 즉 원자력·석탄 발전을 지양하고, 지역별로 태양광·풍력·열병합발전을 장려하자는 얘기다.

분산에너지 시스템으로 원전 등 대형발전소와 장거리 송전망 건설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제안 이유 중 하나다. 또한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이바지하고, 지역의 전력 자급률을 높여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전력수급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도 강조한다.

법안 자체는 전 정부가 강조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정착시키기 위한 핵심적인 입법 조치로 보인다. 전체적인 정책 방향이 맞다면 정파를 초월해 공유하고 추진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 법안엔 국민적 갈등을 초래하고 국가경제를 위협할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걱정이다. '전기판매사업자는 국가균형발전 등을 위하여 기본공급약관을 작성할 때에 송전·배전 비용 등을 고려하여 전기요금을 달리 정할 수 있다'고 한 법안 45조가 그것이다.

그동안 대형 발전소가 있는 자치단체들은 전기요금 차등 적용을 주장해왔다. 발전소 건설과 유지에 따른 각종 비용을 부담한 지역과 아닌 지역의 전기요금이 같을 수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에너지 기본권을 차별할 수 없다는 대의에 막혔다. 그런데 이 법안이 차등요금제 도입을 명시함으로써 잠재됐던 갈등이 본격화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전기 자급률이 낮은 경기·서울과 나머지 지역이 전기요금을 놓고 편싸움을 벌일 수 있다. 차등요금제가 도입되면 경기·서울의 제조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은 뻔하다.

원자력 발전을 배제한 이 법안이 원전을 탄소제로 에너지원으로 수용하는 국제적 추세에 역행하는 점도 생각해 볼 문제다. 전 정부가 추진했던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투자 대비 효과와 효율이 미미한 반면,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손실은 전기료 폭탄으로 현실이 됐다.

윤석열 정부는 전 정권의 탈원전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고, 에너지 정책을 다시 가다듬고 있다. 법안이 실현하려는 공공의 이익은 취하되, 국민갈등과 산업경쟁력 약화를 막고 국제적 추세를 수용하는 쪽으로 시행령을 준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