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협의체 안건 불이행 불만
곽미숙, 회의중인 김동연 찾아가
"도의회 무시"… 내달 7일 면담
예산문제와 불통을 이유로 경기도의회 야당 대표가 경기도청 도지사실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도의회 국민의힘 대표단이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항의 방문해 집행부 측과 대치한 것인데, 민선 8기 여·야·정협의체 출범 후 지속돼온 도와 도의회 사이의 협치 기류가 급속히 냉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곽미숙 도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과 지미연 수석대변인은 25일 오전 11시께 도지사실을 찾아 김동연 지사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당시 김 지사는 집무실에서 회의를 진행 중이었다.
곽 대표는 "여·야·정 협의체에서 지난 한 달 이상 논의했던 예산들을 도가 집행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다"며 면담 요청 이유를 밝혔다. 이어 곽 대표와 지 대변인은 지사실로 진입하는 출입문을 두들기며 답변을 요구했지만, 김 지사는 응하지 않았다.
비서실 관계자들이 "일정을 잡고 방문해야 한다"며 지사실 출입을 제한하면서 양측의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곽 대표는 "지난주 월요일에 방문했을 당시에도 출입을 거부하고, 김 지사가 통화도 응하지 않고 있다. 도의회를 무시하고 있다"며 지사실 출입구에서 지 대변인과 농성을 벌였다.
국민의힘 대표단은 올해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협의된 사업 및 안건 등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지 않은 점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전통주 산업 활성화와 천원의 아침밥 확대, 청년기업 세무-회계 지원사업 예산 등이 그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의 급작스런 농성에 염태영 경제부지사와 김달수 정무수석 등 도의 정무라인이 총출동했지만, 대표단의 농성은 지속됐다. 1시간 가까이 흐른 오전 11시 50분이 돼서야 다음 일정을 위해 지사실을 나온 김동연 지사와 류인권 기획조정실장 등을 대표단이 마주했다.
지 대변인은 "무슨 회의, 일정이길래 면담을 거부하는 것인가"라고 소리쳤고, 김 지사도 "큰 소리를 낼 이유가 무엇이 있는 건가"라며 강하게 되받아치며 "여야정협의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언제든지 요청하면 시간 내서 만날 수 있고 예산 집행권에 대해서는 법과 규정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30분 정도 더 지사실 앞에서 항의를 지속하던 대표단은 도와 추후 면담 일정을 약속한 뒤 농성을 중단했다. 김 지사와 국민의힘 대표단은 다음 달 7일 면담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대치로 도와 도의회 협치 기류에도 먹구름이 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김 지사와 염종현 도의장, 양당 대표 등 총 19명으로 구성된 여·야·정 협의체가 출범한 후 협치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민선 8기 들어 도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14개 경기도 산하기관장 중 낙마한 후보자는 1명도 없으며 도의회가 지난해 진행한 올해 경기도 예산안도 모두 원안대로 처리한 바 있다.
곽 대표는 "김 지사의 계속되는 소통 회피로 여야정협의체에 대한 지속 여부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도 관계자는 "경기도의회에서 요구하는 바가 있었고 (경기도 실무진과) 소통 과정에서 수용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도지사가 의회와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는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