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을 앞두고 경기지역의 반지하 주택 침수방지시설 설치 사업이 미진하게 진행(5월25일자 1면 보도=경기도 15개 시군 '침수방지 시설' 아직)되는 가운데 지자체가 시설 설치 비용 및 관리 부담을 대상 가구에 떠넘기고 있어 신청하지 않는 반지하 주민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침수 피해를 봤던 주민들은 올해 다가올 침수 위험에 대해서도 대책이 요원한 상태다.
25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4월부터 올해 장마철을 대비해 반지하 주택 침수방지시설 설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각 시군은 지역 수요조사를 통해 설치 대상 가구 파악에 나섰는데, 애초 도가 예상했던 설치 가구 수와 실제 조사된 가구 수가 크게 달라 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사업은 지연되고 있다. 이는 정작 지원 당사자인 가구들이 설치를 꺼리는 상황이 원인으로 나타났다. 설치 시설에 대한 비용 부담이나 관리 책임 일부를 대상 가구들이 떠안게 돼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 공공지원으로 시설 설치비용을 지원받아도, 사후 관리에 대한 뚜렷한 방침이 없어 이를 유지하는 데 들이는 비용과 책임은 가구 몫인 상황이다. 게다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수원 등 일부 시군의 침수방지장치 설치 지원 조례에서는 설치비용에 시민 자부담률 20%를 조건으로 하고 보수·보강조치도 1회 50% 지원에 그친다.
취약계층 세입자들 비용 부담 커
기능점검·보수 뚜렷한 계획 없어
별다른 조치없이 재난 사각지대
이에 반지하 가구들은 주로 취약계층 세입자들이 거주하는 탓에 비용 부담을 느껴 굳이 설치하지 않는 실정이다. 수요조사 업무를 진행했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침수 피해로 위험해 보이는 가구인데도 '설치하면 내가 계속 책임지고 관리하라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거절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설치 후 기능 점검이나 보수 조치에 대해 뚜렷한 계획이 없어 정작 위급한 상황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거란 우려도 나온다. 이와 반대로 서울시는 지원 조례에서 설치비용 자부담 비율 등을 정해두지 않고, 일부 자치구는 5년여 내로 주기적인 점검도 하고 있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설치사업을 희망하지 않는 반지하 가구들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도내 시군 대다수는 일정 기간 신청을 받은 가구들에 대해서만 설치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현 상태로 사업이 추진되면 이미 설치 진행 상황도 미진한 상황에서, 침수 피해를 보았던 일부 반지하 가구들은 올해도 별다른 조치마저 없이 재난 사각지대에 놓일 전망이다.
도 관계자는 "올해는 시급한 가구를 대상으로 재난지원기금을 활용해 설치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있고, 장기적인 사후관리 대책도 마련해나갈 예정"이라면서 "희망하지 않는 가구들도 각 환경 특성에 맞는 수해방지 대책을 세워 본격적인 장마철 전까지는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