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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부천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부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발생한 여성의원 성추행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2023.5.24 부천/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

 

"술이 문제인가, 사람이 문제인가, 의정연수가 문제인가?"

부천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술판 성추행으로 지방의회 명예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반복되는 기초의회 추태로 또다시 '지방의회 무용론'마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의정연수'를 빙자해 벌어지는 '술판'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천시의회 술판 성추행이 벌어진 곳은 '의정 연수'였다. 매번 외유성 지적을 받지만 시·군 단위 의회에서는 지방 관광지 등을 찾아, 리조트나 호텔에 머물고 어김없이 술을 곁들인 단체 만찬을 갖는다.

부천시의회 시의원 25명 역시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전남 진도·목포·순천 일대를 찾았고, 이들을 의전한다는 목적으로 시의회 소속 공무원 20여 명도 함께했다.  

 

'현장 탐방'이라는 명목으로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 방문, 목포 해상케이블카 탑승, 순천국제정원박람회 관람 등 관광성 일정이 대부분이었다. 이어 '화합의 시간'이라며 저녁마다 음식점에서 술을 마셨고, 결국 동료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다.

부천시의회, 전남출장 성추행 물의
지난해 수원시의회, 욕설시비 파문


기초의원들의 연수 중 추태는 부천시의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코로나 확산세가 줄어들자 기초의회가 의정연수를 떠났고 술자리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해 제주도로 단체 연수를 떠난 수원시 간부급 공무원과 일부 수원시의원이 술자리 욕설 시비에 휩싸이면서 해당 공무원이 즉시 대기발령까지 받는 사태가 벌어진 적도 있다. 단체 연수에 참석했던 시 간부가 자신의 담당 부서 소관인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회 의원과 노래방에서 싸움이 난 사건으로, 한동안 시와 시의회가 뒤숭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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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영상 캡처

지난 2월에는 부산으로 2박 3일 연수를 떠난 인천시 서구의회 소속 남성 구의원이 술자리에서 여성 구의원에게 욕설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됐다.

"술 좋아하는 의원 명단 작성·시중"
공무원들, 불이익 걱정 '갑질' 감수

기초단체 집행부 직원은 물론 기초의회 직원들은 의정연수 기간 의원들에 대한 술 시중 들기가 버겁다고 하소연한다.

A시 관계자는 "술 좋아하는 의원 명단이 있고, 술 시중 담당을 사전에 정한다. 연수기간 의원이 불만이 쌓이면 행감이나 예산 등에서 보복하는 경우가 많아 어쩔 수 없이 갑질에 응한다"고 했다.

B시의회 관계자도 "의원 개인의 문제가 가장 크다. 하지만 술을 곁들인 만찬의 분위기가 갑질의 장을 열어주는 계기가 된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이 같은 추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연수기간 아예 음주를 금지하는 등 기초의회의 자정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지영·김준석·고건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