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경인일보 단독보도로 탄로 난 신종 피싱 범죄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가 한심하다. 범인들은 온라인에 오픈 채팅방인 '시크릿톡'을 개설한 뒤 고액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여성들을 가입시켰다. 대화 상대가 대가로 보낸 코인을 현금으로 지급한다고 했지만 이는 본격적인 사기를 위한 함정이었다. 현금 환전을 요구하면 등급을 올려야 가능하다며, 등급 상향 비용 입금을 요구했고, 피해자들은 벌어 놓은 코인이 아까워 이에 응했다.

코인과 등급 상향 비용을 한꺼번에 환급받을 것이라는 피해자들의 꿈은 허망하게 끝났다. 범죄 조직은 환급을 거부했고,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피해자들에게 영상 등 개인정보를 공개하겠다고 협박을 했다. 오프라인에서 성행하는 보이스피싱이 온라인에서 사기와 성착취가 동시에 가능한 새로운 범죄로 진화한 것이다. 경찰에서 당연히 주목하고 집중해야 할 새로운 양상의 범죄였다.

하지만 이 사건을 맡은 남양주경찰서 수사 결과는 범죄수익에 이용된 대포통장 개설자 2명을 검찰에 송치한데 그쳤다. 이들마저 별건의 사기 사건에 속아 송금책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과의 채팅을 주도하고, 송금을 강요하고, 신상공개를 협박한 주범 근처에는 접근도 못했다. 온라인 주소와 범죄수익이 입금된 최종 계좌가 모두 해외여서 수사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고 한다. 3개월 수사로 범죄의 깃털만 뽑고 두 손 든 것이다.

신종 범죄에 대한 경찰 수사가 최선이었는지 의문이다. 사건이 알려진 뒤 수사는 남양주, 대구동부, 전주완산경찰서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됐다. 피해자 거주지 관할서로 사건이 쪼개진 것이다. 범죄에 사용된 대포통장 개설자가 남양주 거주자로 밝혀진 뒤에야 남양주경찰서로 통합됐다. 통합 뒤에도 경찰서 단위의 수사력으로 온라인 범죄에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피싱 사기범죄가 온라인에서 새로운 양상으로 진화했다면, 경찰청 단위이든 국가수사본부 차원이든 대응 수준을 끌어올렸어야 맞다.

피해자 및 범죄혐의자 관할 경찰서에서 산발적으로 사건 수사를 시작하는 관행으로는 온라인 범죄에 대응하기 힘들다. 온라인 범죄 수법은 날마다 지능적으로 진화하는데, 경찰이 오프라인 수사 관행으로 대응한다면, 이번처럼 범죄에 날개를 달아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온라인 범죄에 대한 경찰 수사 방식의 혁신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