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부터 경기도의회에 투입되는 정책지원관이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계륵'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방의회의 숙원이었던 '유급 보좌관'이 아니라 임기제 공무원 신분에 묶인 정책 지원 인력으로 성격이 규정되면서다.
지방의원 사이에선 지방의회에 '보좌관 시대'가 열리기는커녕 기존 전문위원실에 인력을 보강하는 정도 효과에 그칠 거란 자조 섞인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30일 도의회에 따르면 정책지원관은 도의원 의정 활동을 지원하는 전문 인력으로 이달 선발돼 이날부터 6월 5일까지 오리엔테이션을 거쳐, 업무에 투입될 예정이다. 모두 78명으로 156명인 경기도의원 2명당 1명이 배치된다.
경기도의회의 경우 1년 동안 110일 이상 회기가 이어지고 비회기엔 공청회와 토론회가 150회 가량 진행된다. 도의원을 도와 조례안 작성이나 정책 검토, 예산·결산과 행정사무감사, 도정 질의 준비, 공청회·세미나·토론회 등을 지원하는 게 정책지원관의 주요 업무다.
1년 임기 78명 선발, 내달부터 활동
별정직 아니라… 정당 이념 못따라
일각 "공무원 1명 늘었을 뿐" 비판
경기도의회 정책지원관이 국회 보좌관과 다른 점은 신분이다. 국회 보좌관이 별정직 공무원인 반면 정책지원관은 6급 상당 임기제 공무원이다. 별정직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 의무가 배제돼 여야 이념에 맞는 정책지원이 가능하다. 반면 임기제 공무원은 말 그대로 임기가 정해진 공무원 신분으로 보좌관과 같은 정책 지원을 해선 안 된다. 그러니 현장에선 도의회 공무원이 1명 늘어났을 뿐이라는 한탄이 나온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정책지원관 제도가 보좌관을 더 이상 요구하지 못하게 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1995년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래로 지방의회는 지방의회 의원 의정활동을 도울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실제로 기간제·계약직·시간선택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 인력을 선발했고, 경기도만 하더라도 경기연구원에서 선발한 인력을 지원받거나 입법지원관을 선발하는 식으로 의정 기능 강화를 꾀했다.
이웃 서울시의회에선 유급 입법보조원을 선발했다가 행정안전부 반대에 부딪혀 대법원까지 법적 분쟁을 이어간 사례도 있다. 결국 대법원은 2017년 '입법보조원을 지방의회에 둘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채용 자체를 취소한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이런 움직임 끝에 정부는 지난 2021년 지방자치 강화라는 명목에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정책지원관을 두게 한 것이다. 하지만 의원들 사이에선 "더 이상 보좌관을 요구하지 말라는 원천 봉쇄"라는 해석이 나올 뿐이다.
국민의힘 소속 A의원은 "정책지원관을 뽑았으니 앞으로도 국회의원 보좌관과 같은 보좌 인력은 둘 수 없게 된 것"이라면서 "국회의원은 9명이나 보좌관을 거느리며 중소기업 규모로 의원실을 운영하는데 지방의회는 1인당 1명조차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B의원도 "(정책지원관이 온다고)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다. 당장 다음 달에 오더라도 전문성이 없을 테니 오히려 당분간은 의원이 (담당 분야)교육을 시켜야 할 판"이라며 "신분 역시 (임기가)1년 밖에 안 되고 1명이 의원 2명을 도와야 하는데 정책지원이 제대로 이뤄질 리가 있겠나"라고 했다. → 관련기사 3면([이슈추적] 평균연령 42.3세… 자치단체·공공기관 등 경력 '천차만별')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