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로 나뉘어 극한 대립을 이어가던 간호법 제정안이 야당 주도로 재표결에 부쳐졌으나 결국 폐기됐다. '직회부-거부권-법안폐기'의 과정에서 정부 여당은 '거부권 남용' 비판을, 야당은 '성과없는 다수'란 화살을 피하기 위한 묘책 마련에 나섰다.
국회는 30일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거부권 행사) 한 간호법 제정안을 다시 표결에 부쳤으나 재석의원 289명 중 찬성 178표, 반대 107표, 무효 4표로 부결했다.
현행 의료법 내 간호 관련 내용을 분리해 별도 법안으로 구성한 간호법 제정안을 야당 주도로 추진했으나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법안이 최종 폐기된 것이다. 양곡관리법 이후 두 번째다.
재석 289명 찬 178·반 107·무효 4표
野 주도 추진… 양곡법 이후 2번째
이날 재의안건을 상정하는 과정도 야당 주도였다. 여야가 '합의한' 본회의 안건에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사임과 보궐선거의 건 이외에는 없었다. 대신 민주당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 등 167명이 서명한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제출, 재석의원 278명 중 찬성 175명, 반대 102명, 기권 1명으로 가결함으로써 간호법 제정안 재투표 안건을 상정했다.
간호법 폐기로 끝난 본회의 직후 민주당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원내대변인은 여당이 문지기를 서고 있는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 한 방송법과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는 "여당이 추구하는 법적 절차와 무관하게 저희(민주당)가 판단했을 때 국민들이 해당 법안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대가 형성돼 법안을 통과시킬 준비가 됐다고 생각되면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며 "6월에는 국민들에게 해당 법안의 필요성을 알리고 공감대를 조성하는 작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 "방송·노란봉투법 통과 주력"
국힘, 본회의 상정금지 가처분 신청
정의 "與, 국회절차 막는 행태 유감"
국민의힘도 노란봉투법에 대해 사전작업에 나섰다. 이날 오전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청구서와 본회의 부의 의결 효력정지 및 본회의 상정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재판에 맡김으로써 시간을 끌고 대통령이 짊어져야 하는 거부권의 부담을 덜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의당 이은미 의원은 이에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힘의 이같은 행위가 "노란봉투법 통과를 저지하려는 것"이라며 "국회의 정상적인 심사 절차를 막는 행태에 유감을 표한다"고 반발했다.
/정의종·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