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지역에서 교통사고로 다친 70대 남성이 2시간 동안 11개 병원에서 이송을 거부당해 숨지는 사고(5월31일자 7면 보도=용인서 차량에 치인 70대, 병원 찾다 2시간만에 숨져)가 발생했다. 앞서 대구시에서도 10대 여학생이 중상을 입고도 병원 측 진료 거부로 2시간을 전전하다 사망한 지 2개월 만에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자 정부와 경기도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30일 0시30분께 용인 처인구 원삼면의 한 도로에서 50대 A씨가 몰던 그랜저 차량이 후진 중 도로 갓길에 있던 B(70대)씨를 덮쳤다.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은 B씨의 복강 내 출혈이 의심돼 수원 아주대병원과 용인 세브란스병원 등 인근 종합병원뿐 아니라 지역 범위를 넓혀 총 11개 병원에 이송을 문의했으나 중환자실 부족 등의 이유로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기 서남부 권역응급의료센터이자 구급대가 처음 연락했던 아주대 측은 "당시 중환자 병상이 모두 찼고, 추가로 2명의 환자가 대기 상태여서 환자를 받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후 B씨 상태가 나빠지자 용인 신갈동의 강남병원에서 1차 응급조처를 진행한 뒤 수소문 끝에 90㎞ 떨어진 의정부 성모병원에서 수용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이송 도중 심정지가 왔고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지역외상체계 관리 병원도 포함
경기도, 환자 미수용 배경 등 파악
거부 제한 의료법개정안 이달 적용
이 같은 사고 발생에 경기도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에서는 도민의 중증외상 사망률을 낮추고자 '경기도 지역외상체계 관리·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도는 소방당국과 해당 병원 등을 통해 환자를 수용하지 않은 배경 등을 파악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알아보고 있는 중으로 병원을 방문 조사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며 "병원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한 정황 등이 발견되면 시정명령과 같은 행정조치가 이뤄질 수 있지만, 상위법 개정 전이라 조례를 통해 구체적인 조치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응급의료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 수용 요청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6월부터 적용된다.
보건복지부가 대구 10대 학생 사망 사고와 관련, 의료기관 4곳에 대해 보조금 지급 중단 등 행정처분을 내린 만큼 이번 사고에서도 병원이 정당한 이송 거부 사유를 제시하지 못하면 제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당정은 되풀이되는 비극을 막고자 이날 '응급의료 긴급대책' 논의를 열고 '지역 응급의료 상황실'을 설치해 이를 통해 이송하는 환자는 병원에서 반드시 수용하도록 하기로 하는 등 방안을 내놓았다.
다만 병상이 없는 경우 경증 환자를 빼서라도 응급환자의 병상을 배정해야 한다는 의무가 담겨, 의료 현장에서 혼란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시간대별 일지 참조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