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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저림이 계속되고 그 범위가 넓어진다면 말초신경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신경은 신체의 모든 곳에 그물망처럼 존재하면서 신체 활동을 조절하는 조직이다. 신경계는 뇌와 척수로 구성된 중추신경계, 뇌와 척수 밖에 존재하는 말초신경으로 나뉜다.

가천대 길병원 양지원 교수(신경과)는 "말초신경은 피부 감각이나 골격근 움직임에, 그리고 소화·땀 분비·혈압과 맥박조절·배뇨와 같은 신진대사, 즉 자율신경에 관여한다"며 "이러한 말초신경계의 병적인 변화로 인해 생기는 질환이 말초신경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손발 저림 증상은 다른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말초신경질환으로 진단을 받은 환자 중에는 근골격 질환으로 오해해서 정형외과, 내과 등에 다니다가 차도가 없어 찾아오거나, 단순히 혈액 순환이 안 되기 때문에 손발이 저린 게 아닐까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양 교수는 "저린 부위가 점점 확대된다거나 힘이 빠지고 감각이 둔해진다면 말초신경병증을 의심하고 병원에 내원하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근골격질환·혈액 순환 문제로 오해하는 경우 많아
손목터널증후군·척골신경병증 등 흔한 원인 지목
약물로 증상 조절 필요… "감각 둔해지면 내원을"


말초신경질환의 원인은 다양하다. 단일신경병증의 경우는 말초신경이 어딘가에서 눌려서 생기는 것이 가장 흔한데, 손목굴증후군(손목터널증후군)이나 척골신경병증, 비골신경병증 등을 꼽을 수 있다.

다발말초신경병증의 원인으로는 당뇨병, 과다한 알코올 섭취, 비타민 결핍, 갑상선질환, 만성신장질환 등으로 인해 신체 대사에 문제가 생겨 말초신경에 영향을 준 경우가 가장 흔하다. 유전에 의한 말초신경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매우 드문 희귀질환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는 당뇨병, 음주 등 환경적인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발 저림은 근원적인 치료법이 있다기보다는 약물을 통해 증상을 조절함으로써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을 정도로 잘 관리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양 교수는 "말초신경질환은 하루 이틀만 아파도 몸과 마음이 괴로워 삶의 질이 떨어지는 질환"이라며 "실제로 환자들에게 우울감이나 불안감과 같은 정서적 영향도 많이 미친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복 가능성이 전혀 없는 병은 아니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를 해 나간다면 증상이 나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 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