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가 떠난 공간은 '인천대 제물포 캠퍼스'란 이름으로 여전히 시민 곁에 남았다. 하지만 10년 넘게 제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찾은 제물포 캠퍼스는 용도를 잃고 현관이 쇠사슬로 잠긴 건물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13층 높이의 제물포 캠퍼스 본관 건물은 오래도록 관리가 안 된 흔적이 많았다. 유리창이 깨진 채 방치돼 있었고, 몇몇 기둥은 부서진 콘크리트 사이로 철근이 보이기도 했다. 건물 주변엔 '이 지역을 통행하는 사람이나 차량은 안전에 유의하길 바란다'는 안내문이 큼지막하게 붙어있었다. 송도캠퍼스 본관 사진을 배경으로 '탐구형 글로벌 인재를 양성한 국립인천대학교'라고 쓰인 중앙 현관의 홍보판 문구는 공허해 보였다. 캠퍼스 내 건물 곳곳에선 '교내 시설은 노후 시설로 운동, 산책, 기타 행위로 인한 사고 발생이 우려되오니 시설 이용을 삼가 달라', '인적·물적 피해 및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여럿이었다. 달리기를 하는 시민, 공놀이를 즐기는 시민,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시민들은 이런 안내문이 붙은 건물들 사이를 오갔다.
이전 10년 넘도록 용도 잃은채 제역할 못해
市 "소유권은 대학측, 움직임 지켜볼 필요"
인천대 제물포 캠퍼스 22만㎡엔 건물 18개 동 가운데 활용 중인 건물은 10% 미만이다. 사용 중인 건물도 일부는 1주일에 한 두 번 정도만 활용된다고 한다. 인천시로부터 캠퍼스 소유권을 넘겨받은 인천대는 지난해 2월 제물포 캠퍼스 개발 기본구상안 용역을 마무리했다. 1천~2천실의 주상복합건물, 쇼핑공간, 스포츠센터, 도서관, 복합커뮤니티 등의 조성과 국공립 연구소 유치 등 방안이 제시됐다. 1조5천억원 정도의 사업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후 진행사항은 없다. 인천대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급속히 나빠지면서 사업의 추진 시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시는 제물포 캠퍼스 활용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긴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캠퍼스 소유권이 엄연히 인천대에 있고, 인천대가 비즈니스 아카데미·스포츠 지도자 자격증 등 과정을 운영하는 단과대학 등을 신설해 캠퍼스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2020년 소유권 이전(인천시→인천대) 과정에서 제시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인천대가 제물포 캠퍼스의 개발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전체 면적의 30%인 7만㎡의 용도를 교육에서 상업으로 바꿔주기도 한만큼, 인천대의 움직임을 먼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주변 개발 활발… 장점 살린 '노른자 가치'
관계기관·시민들 활용안 마련 머리 맞대야
인천대 제물포 캠퍼스 주변인 제물포역 일대 14만6천㎡ 부지엔 영스퀘어 플랫폼 등을 조성하는 도시재생사업 '제물포 스테이션 J'가 추진되고 있다. 인근 9만9천㎡ 부지엔 3천400가구의 아파트 등을 짓는 공공주택 복합사업도 추진 중이다. 각각 2026년,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천대 제물포 캠퍼스 주변엔 이미 2천가구가 넘는 공동주택과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서 있다. 초·중·고와 대학 등 10여 개 학교가 주변에 있고, 정부합동청사와 제물포스마트타운 등 공공청사는 물론 산업단지 등도 가까이 있다. 동시에 서울과 직접 연결되는 역세권이기도 하다.
인천대 제물포 캠퍼스 부지는 이런 주변 여건의 장점을 활용할 노른자가 될 수 있다. 원도심을 활성화할 촉매가 될 수 있다. 관계기관과 시민들이 이제라도 대학 본연의 기능을 잃지 않으면서도 캠퍼스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 필요가 있다. 캠퍼스가 빈 지 20년이 되는 2029년엔 적어도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졌으면 한다.
/이현준 인천본사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