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전선'을 전전하는 근로자들이 부쩍 늘었다. 11일 한국경제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자는 102만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 1천977만6천명의 5.2%이다.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자는 10년 전보다 무려 30% 가량 증가했다. 이 기간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2.5%로 임금근로자 증가율 1.4%를 크게 앞섰다.

시간제 근로자는 근로시간이 짧은 비상근의 임시직 노동자를 지칭하는데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자란 전일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파트타임이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경우를 지칭한다. 작년도의 전체 시간제 근로자 중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자는 43.1%였다. 고용의 질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주목되는 것은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자가 50대 이상의 고령층과 청년층(15∼29세)에서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50대 이상은 2012년 28만7천명에서 2022년에는 47만명으로 연평균 2.5%씩 늘어났다. 같은 기간 청년층은 22만7천명에서 29만명으로 증가했다. 작년 기준 고령층과 청년층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자는 77만명으로 전체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자의 76%이다.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자의 60% 가량이 당장의 호구지책을 위해 일자리를 찾는 생계형 근로자들이었다.

청년층은 얼어붙은 채용시장 때문에, 고령층은 조기 퇴직, 희망퇴직 등으로 원치 않은 시간제 근로자로 내몰렸는데 우리나라는 경쟁국들에 비해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자 수가 매우 높다. 2021년 한국의 전체 시간제 근로자 중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자 비중은 43.1%로 조사대상 OECD 30개국 평균(29.1%)의 1.5배인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투자 활성화는 당연하나 AI(인공지능)에 기반한 플랫폼 기업화가 대세여서 계약직 혹은 시간제 근로자수요는 더욱 확대 재생산될 예정이다. 기업이 수요자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해서 서비스와 제품을 공급하는 시스템인 온디맨드(On-demand) 경제화는 설상가상이다.

인적자본 증가는 언감생심이고 고용시장 불안과 장기 저성장, 사회적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기업들이 정규직보다 임시직을 선호하는 긱(Gig)경제 시대에 부합하는 단기근로자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