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 한진평택컨테이너터미널(PCTC)에서 터미널 운영사의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어 화물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이 계약 갱신 과정에서 온전한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자 집단 반발에 나섰다.
18일 한진그룹 계열사 PCTC(터미널 명과 상동) 등에 따르면 최근 PCTC의 하청을 맡아 터미널에서 화물 양·적하(화물을 선박 및 목적장소에 싣고 내리는 업무) 등을 하는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A업체는 종전 업체와 고용관계를 맺고 일을 해오던 50명과 새 계약을 맺기로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노동자들은 정원을 축소한 일방적인 고용계약이라고 주장하며 반발에 나섰다.
적정인원 61명 요구에도 50명 계약
하청 바뀐후 일방적 갱신에 반발
"구두 약속 있었는데 철저히 무시"
줄곧 61명의 인원이 필요하다고 회사 측에 제시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두 내 화물 운송장비인 야드트랙터·리치스태커 등을 주·야간 운행하는 작업자들의 규모가 61명은 돼야 정상적인 작업이 가능한데, 사측이 '장비 노후화'로 인해 장비 가동이 어렵다는 것 등을 빌미로 작업자 적정 인원을 줄여 계약을 맺으려 한다는 주장이다.
노동자들은 원청인 PCTC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A업체가 노동자들과 계약에 나서기 전 지난 2월 말 B업체가 적자를 이유로 계약을 파기하고 나간 뒤 일급을 받으면서까지 작업 안정화를 위해 불안정 노동을 감수했다는 것이다. 이국균 한국노총 평택항일반노조 위원장은 "PCTC가 3개월만 버텨달라고 요청해 작업자들은 동요하지 않고 하루 일감을 따내며 일했다"며 "당시 고용승계에 대한 '구두 약속'도 있었는데 회사가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청사 "인건비 적자 업체들 떠나"
이에 대해 PCTC 관계자는 "고용관계는 하청이 맺고 있기에 고용보장은 PCTC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며, 그렇기에 구두 약속을 한 적도 없다"며 "하청 업체들이 그간 인건비로 인한 적자를 호소하며 떠났는데, 장비 상황 등을 고려해 A업체가 계약을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A업체 관계자는 "노조가 주장하는 인원을 다 뽑으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작업 거부로 인해 피해가 막심해 대체 인력을 뽑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조 측이 협상 의지를 보인다면 양보를 통해 절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 측은 지난 16일 고용노동부 평택고용노동지청에 원·하청의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 등을 주장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평택지청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해 법 위반 사항이 있으면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