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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수원역 환승센터 부근 고가도로 그늘에서 한 노숙인이 더위를 피하고 있다. 2023.6.19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19일 오후 1시께 찾은 수원시 남수동 쪽방촌. 최고 기온이 34도를 찍은 시간, 마당 대문을 열자 푹 찌는 열기와 함께 좌우로 다닥다닥 붙은 10여 개의 방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에 사는 박모(59)씨는 좌식 테이블에 단출히 차려놓은 점심을 먹다 말고 선풍기 바람에 등을 기댔다. 그는 "벌써 이렇게 더우면 남은 여름을 어떻게 보낼지 큰일"이라며 "선풍기 하나 겨우 돌리며 사는데 전기요금가 무서워 매일 이거(선풍기)에 의지할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박씨와 쪽방촌 이웃인 A(47)씨도 때 이른 폭염에 "죽을 맛"이라고 한다. "여기 사람들은 한여름을 더 빨리 안다"는 그의 말은, 방에 고개를 넣자 이해할 수 있었다. 집 밖보다 방 안이 덥게 느껴졌다. 10㎡도 채 되지 않는 방은 창문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아 방안의 열기를 온전히 내보내지 못했다. 다른 방의 문도 여럿 열려 있었다. 자신이 집에 있다는 것을 방문을 열어놓음으로써 보여주는 것이다.


다닥다닥 붙은 10여개 방 "죽을맛"


폭염이 곧 재난인 주거 취약계층이 일찌감치 찾아든 무더위에 여름나기를 걱정하고 있다. 경기도 일부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오는 7~8월에는 '역대급 폭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지자체 차원의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찾은 수원역 인근도 상황은 비슷했다. 무료급식소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나온 이들은 그늘이 드리운 벤치에서 쉬고 있었다.

햇수로 10년째 수원역 주변에서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는 김모(76)씨는 "예전과 달리 배를 채울 수 있는 건 다행"이라면서도 "어제 저녁에도 더위에 잠을 제대로 못 잤는데, 앞으로 여름을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여름 폭염 때 함께 노숙하던 이가 더위로 정신을 잃어 구급차에 실려가는 모습도 봤다고 했다.

"겨울은 두껍게 껴입으면 되지만"
수원역 주변엔 벌써 잠자리 고통


이날 수원역 2층 대합실에서 만난 노숙인 이모(60)씨는 "여름에도 낮에는 시원한 곳을 찾아 돌아다니면 그나마 낫다"면서도 "잘 곳이 필요한 밤에는 아무리 벗어던져도 더워서 힘들다. 두껍게 껴입으면 되는 겨울보다 그래서 여름이 무섭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이들처럼 주거가 불안정한 계층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달부터 노숙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폭염 대책을 9월까지 운영할 예정"이라며 "이들의 현황 파악은 물론 24시간 운영하는 무더위 쉼터도 열어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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