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서적이 문을 닫다니…다음 달까지 자주 찾을게요."
20일 오전 수원시 아주대학교 정문 삼거리 인근 '교문서적'을 찾은 한 남성은 아쉬움 가득한 투로 이같이 말했다. 1986년 문을 연 교문서적은 그동안 아주대는 물론 유신고와 창현고 등 많은 학생의 등굣길 길목에서 교재와 수험서를 판매해온 동네 서점이다. 그렇게 40년 가까이 같은 자리를 지켜온 교문서적은 다음 달 30일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게 됐다.
코로나로 찾아온 불황이 일상 복귀 이후로도 회복되지 못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대표 서모(68)씨는 "하루 평균 손님이 코로나 전 최소 200명꼴이었는데 지난 3년 동안 계속 줄더니 지금은 최대 100명을 넘기지 못한다"며 "IMF도, 대형 서점이 우후죽순 생겨날 때도 버텨왔지만, 지금이야말로 더는 이어갈 수 없는 수준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갈수록 발길 뜸해지는 영세 서점
수원 아주대 정문인근 '교문서적'
40년 가까이 이어오다 폐업 결정
같은 날 오후 성남시 미금역 인근 한 서점 대표 A(60대·여)씨 역시 시름이 깊었다. 즐비한 학원 상가들 사이에 위치한 A씨 서점은 통상 새 학기가 시작될 때면 하루 500~600명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지금은 100명이 겨우 찾아오는 실정이다.
A씨는 "대부분 코로나를 겪는 동안 비대면 일상에 익숙해지고, 교재나 강의 매체도 전부 영상으로 옮겨 가면서 서점을 더 안 찾으려 한다"며 "사양산업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진 느낌이어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코로나 이후로도 불황을 못 떨치는 지역 서점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다. 한국출판산업문화진흥원의 '2022 지역서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6개 시군이 지역 서점 소멸 위기 지역으로 구분됐고 위험지역도 30개 시군에 달했다. 특히 경기도는 인구대비 서점 수 기준에서 10만명 당 3.4곳으로 전국 광역 지자체 중 가장 낮았다.
"IMF·대형서점 위기도 견뎠는데
교재·강의 매체도 이제 영상시대"
물론 전체 서점 수 감소세가 뚜렷한 건 아니어도 현장에서는 '조용한 폐업'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좁은 면적에 카페와 같은 공간을 겸한 독립서점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정작 오랫동안 지역에 있어 온 영세 서점 자영업자들이 줄어드는 상황이 가려진다는 것이다.
경기남부서점협동조합 관계자는 "서점업계 불황이 대상을 가리진 않지만, 책 판매 수입으로만 운영해 오던 골목 서점들은 대부분 월세 지출조차 감당할 수 없어 폐업하거나 폐업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