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낮 12시께 용인 대장금파크 내 세트장. 창덕궁 인정전을 본떠 제작한 이곳에서 촬영하던 드라마 제작진의 점심시간이 시작되자, 기다리던 해외 '아미(ARMY·BTS 팬)' 10여 명의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해당 세트장은 BTS 멤버 슈가의 솔로곡 '대취타'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다. 아미들은 이곳을 두 눈으로 보기 위해 아침 일찍 이곳을 찾았다.
드라마 촬영 때문에 1~2시간을 기다린 끝에 세트장에 들어온 아미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팬심'을 뽐내고 추억을 새겼다. 이탈리아에서 온 아미들은 대취타 뮤직비디오 속 신하가 슈가에게 절하는 장면을 재현하며 사진을 찍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온 이사 파예스(35)씨는 "BTS 슈가의 3년째 팬으로 이번에 데뷔 10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 슈가의 '어거스트 디(대취타)' 곡을 제일로 좋아해 이곳을 꼭 와보고 싶었다. 두 눈으로 보니까 정말 좋다"면서도 "숙소가 동대문이라 오는 데 택시 타고 2시간이 걸렸다. 가이드가 없는 점도 관광하는 데 불편한 요소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데뷔 10주년 전세계 아미들 방문
콘텐츠 부족·교통불편 등 문제
서울시 이벤트엔 외국인 12만명
유명 K-POP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데뷔 10주년을 맞아 전국이 국내·외 '아미'들의 열성 속 보랏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지만, BTS 관련 경기도 관광지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른 실정이다.
관광업계에 따르면 BTS의 데뷔일인 지난 13일을 기준으로 'BTS 성지순례지'로 통하는 장소에 전 세계 아미들이 끊임없이 몰리고 있다.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에 따르면 이달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달 대비 13%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BTS 데뷔 10주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17일 서울시 주최로 여의도에서 열린 'BTS 페스타'엔 40만명이 모였고, 이 중 외국인은 12만명으로 집계됐다. BTS 10주년 효과로 관광 수익이 대폭 늘어나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BTS 관련 관광지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경기도는 열기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듯했다.
경기도엔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용인 대장금파크(슈가, '대취타'), 용인 에버랜드 락스빌(BTS, '다이너마이트'), 양주 일영역(BTS, '봄날') 등이 있고, '2019년 시즌 그리팅' 촬영지로 양평 서후리숲이 있다. 용인 장욱진고택 등 멤버 개인이 찾아 명소가 된 곳도 여럿 있다.
하지만 이들 관광지의 관광객 수는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달 대장금파크 전체 관광객과 외국인 관광객 수는 각각 일평균 155명, 40명으로 지난달(145명, 34명)과 큰 차이가 없다. 장욱진고택 관계자는 "이전과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전시가 있을 때 관람객들이 많고 없을 땐 10명 내외로 오는 편"이라고 했다.
도내 명소에 관광객 유입이 비교적 저조한 이유는 이목을 끌 만한 콘텐츠가 많지 않고, 교통 불편·가이드 부재 등 관광 여건이 좋지 않다는 점 등이 꼽힌다. 서울시는 촬영지나 멤버들의 단골 공간을 추려 BTS 서울 명소 13곳을 선정해, 관광객이 이를 인증할 경우 한정판 앨범을 선물하는 등 이벤트를 기획한 바 있다.
그러나 경기도에선 따로 마련한 콘텐츠는 없다. 경기도 관계자는 "BTS 10주년을 맞아 기획한 행사나 이벤트는 없다. 버스 운영이나 숙박 등도 별도로 마련한 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먼 외국에서 온 아미들은 최소 1주일에서 열흘 이상을 한국에서 여행한다. 서울을 구경하고 나면 강원 삼척 등 다른 BTS 관광지를 가는 편"이라며 "이번에 교통이 먼 전남 신안군의 퍼플섬을 간 아미들도 있는 상황에서, 같은 수도권인 경기도도 관련 관광 콘텐츠를 마련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표 참조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