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많은 이들의 삶터이면서 곧 인생이었다. 신접 살림을 차려 아이를 낳아 기르고, 그 아이가 또 하나의 가정을 이룰 때까지 수십 년의 세월이 묻어있다. 그 아이에겐 지나온 생의 전부가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었다.
오래되고 낡아 생활에 불편함이 커지고 때로는 위험할 지경에 이르러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거나 도시 일대를 재정비할 때 새 건물, 새 도시에 대한 기대만큼 아쉬움이 큰 것은 긴 시간 켜켜이 쌓인 삶의 흔적들 때문일 터다.
26일~내달 7일 시청서 책자·영상
작년부터 담은 주민 목소리 '다큐'
재건축·재개발, 신규 택지개발이 어느 곳보다 활발한 경기도에선 사라지는 옛 건물, 옛 도시들이 늘어나고 있다. 공간이 사라지면서 그곳에 얽혀있는 시간과 추억이 바래는 것을 아쉬워하는 이들이 해당 지역·건물의 옛 모습을 담은 전시를 곳곳에서 열고 있다.
재건축 작업이 본격화된 매탄주공4·5단지의 기존 모습을 담은 전시도 지난해 말 수원시가족여성회관에서 진행된 바 있다.
의정부 우정 공공주택지구 개발사업이 진행되는 녹양본동과 우정마을, 의류타운 일대도 이런 곳 중 한 곳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경기북부지역본부와 의정부시는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의정부시청에서 '우정, 기억 속에 남다' 전시회를 연다. 우정지구 개발로 사라지게 될 지역 모습을 기록한 책자와 영상을 선보이는 것이다.
LH는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마을에 대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 글로 쓰고,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제작했다. 녹양본동 일대의 사계절 풍경부터 등굣길, 윷놀이대회, 공동우물, 김장 등 주민들의 추억이 다채롭게 담겼다.
LH 경기북부지역본부 측은 "개발사업으로 소중한 공간을 잃게 된 주민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사라질 마을의 기억을 모으는 일은 지역 문화의 다양성을 보존함은 물론, 의정부시의 소중한 기록 자산으로 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