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친환경에 앞장서겠다며 도입한 '청사 내 1회용품 제로, 다회용기 사용' 정책을 추진 중인데, 다회용컵 사용의 미흡한 운영에 대한 내부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8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도청사 내 카페 1회용 컵 사용금지 및 다회용 컵 대여·수거·세척 체계가 구축돼 운영 중이다.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내부 아이디어로 시작됐지만, 도청 내부에서는 다회용컵 '라라워시' 사용을 두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카페 컵 대여·세척 체계 개선 지적
직원 4500여명에 수거함은 7곳 뿐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청사는 각각 지상·지하 29층과 16층에 달한다. 여기에는 총 4천500명 이상의 공무원이 일하고 있다. 하지만 다회용 컵 수거함은 현재 7곳에만 설치돼 있다.
이에 청사 내 사무실 책상에는 반납되지 못한 다회용컵이 쌓이고, 컵 일부는 화장실이나 쓰레기함에서 발견되면서 위생 우려도 함께 지적된다.
이를 보다 못한 일부 실국은 층 내 탕비실 내에 임시 수거함을 설치하기도 했다.
이에 도는 지난 5월 '전직원 필독'이란 제목의 내부 공지를 통해 "다회용기 회수율이 낮아 운영상의 어려움이 있다"며 내부 직원들의 다회용기 반납을 독촉하기도 했다.
사무실·탕비실·복도 세면대 방치
커피 바닥 '찌꺼기' 눈에 보이기도
실제 경기도청 공무원 내부 익명게시판인 '와글와글'에는 최근 불만이 제기되는 글들이 수차례 게재되고 있다.
한 공무원은 "사무실, 탕비실만이 아니다. 복도에 있는 세면대 보면 거기에도 수두룩 (다회용기가) 쌓여있다"고 토로했고, 또 다른 공무원은 지난달 14일 '다회용컵 깨끗한가요?'란 제목의 글을 통해 "전에 맑은 음료를 마신 적 있는데, 바닥에 커피 찌꺼기 같은 게 보였다"며 우려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경기도는 다회용기 사용 업체만 청사로 배달이 가능하도록 내부 규정을 만들겠다는 로드맵까지 만들어 놨는데, 현재 다회용컵 사용에 불만이 있는 내부에선 해당 규제를 밀어붙이기 식으로만 진행한다며 현재 다회용컵 사용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 방안부터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의 한 관계자는 "청사 내 다회용기 사용이 처음에는 캠페인 방식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일회용품 반입을 금지하며 사실상 선택권 없이 강제로 참여하고 있다"며 "다회용기 사용 체계의 핵심은 반납과 수거인데, 지상 1층, 지하 1·2·3·4층 출입구에만 수거함이 설치돼 불편함이 크다. 세척에 대한 위생 우려도 큰데, 배달음식도 다회용기만 사용하도록 규정하면 청사 내 먹고 마시는 문제가 제일 불편해지는 셈"이라며 "내부여론을 확인하고 문제점을 개선해야 민간으로도 이 같은 제도가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