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장안구 영화동의 한 아파트에서 세 아이를 기르며 생활고를 겪던 30대 엄마가 넷째와 다섯째 아이를 출생 직후 살해한 뒤 냉장고에 보관해왔던 사건으로 온 사회가 충격에 잠겼다. 수원 영아 시신 유기 사건은 감사원의 보건복지부 정기 감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보건복지부 정기 감사에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출산한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 사례가 있는지 조사했고, 미신고 영유아가 2천여 명에 달하는 것을 확인했다. 감사원은 미신고 사례 중 약 1%인 23명을 추려 지방자치단체에 실제로 어린이들이 무사한지 확인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21일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이 드러난 것이다.

표본조사로 밝혀진 영아 비극은 이뿐 아니다. 경남 창원에선 영아 1명이 영양 결핍으로 사망했고, 서울의 한 아동은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뒤 입양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 표본조사와는 별도로 경찰은 22일 화성시 거주 20대 여성을 출산한 아기를 유기한 혐의로 형사입건했다.

출생미신고 아동의 1%만 표본 조사한 결과 치고는 너무 끔찍하다. 조사에서 제외된 아이들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이다. 학대, 유기, 범죄의 대상이 된 아이들이 있을까봐 마음이 급하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보건복지부가 주민등록 없이 신생아번호만 존재하는 2천236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선언했다. 지금 당장은 아이들 안전 확인이 급선무다. 복지부와 일선 지자체, 경찰은 전담팀을 신속하게 꾸려 단 한 가정도 빠짐없이 이번 주 내로 확인해야 한다.

귀중하게 태어난 신생아를 복지의 사각에 밀어넣고서, 저출산 극복을 위해 수십조원의 예산을 퍼부은 현실에 배신감이 차오른다. 사각지대는 이미 예고돼 있었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아이 존재를 확인하기 어려운 현 복지체계의 한계점은 앞서 여러 차례 지적돼 왔다.

이에 복지부는 지난 4월 아동 출생정보를 직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 정보시스템에 등록하는 '의료기관 출생통보제'를 도입 추진키로 했지만, 해당 내용이 담긴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은 국회에 묶여있다. 미리미리 대비하면 구할 수 있었던 귀중한 생명들을 방치했다가, 감당할 수 없는 참사를 계기로 대책 마련에 호들갑을 떠는 후진적인 작태가 지겹다. 전수조사 결과가 참담하지 않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