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발생한 '영아 시신 유기사건'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감사원은 아동사망사례 1건과 유기의심사례 1건을 추가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남 창원에서는 2022년생 아이가 생후 76일께 영양결핍으로 사망한 것이 확인됐다. 화성시에선 2021년생 아이를 출산한 보호자가 '아이를 익명의 3자에게 넘겼다'고 진술함에 따라 경찰이 아동복지법 위반(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표본 아동 23명에 대해 조사가 진행 중으로, 유사 사례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이후 출생한 영·유아 가운데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유령 아기'가 전국에 2천 명을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허술한 법망이 우리 사회의 그늘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출생 사실을 행정기관에 통보할 의무가 없다. 의료기관이 신생아에 접종하는 경우 지원금을 받기 위해 질병관리청에 신고하지만 질병청과 복지부는 이를 근거로 출생신고 여부를 확인할 의무가 없다. 부모가 자녀의 출생 사실을 숨기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하고, 행정당국의 감시망에서도 벗어나는 치명적 허점에 노출돼있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의 고질적인 직무 태만이 불행을 키웠다는 비판이다. 2021년 인천에서 8살 딸이 친모에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의 사망진단서엔 이름이 없는 사람을 뜻하는 '무명녀'로 적혀 있었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유령 아동인 거다. 이를 계기로 보완 입법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거셌다. 그런데도 정부는 올해 4월에야 아동 출생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보시스템에 등록하는 '의료기관 출생통보제'를 추진했다. 국회는 해당 내용을 담은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고 있다. 수원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의료기관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익명출산제) 입법화에 주목하는 실정이다.

유령 아동 1%를 추적했을 뿐인데, 충격적인 사실에 사회가 놀라고 있다. 이웃이 자식의 생명을 빼앗고, 버리고, 누군가에게 넘기는 데도 이를 알지 못했다.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10살 안된 유령 아동만 2천명 넘는다. 이들에 대한 전수 조사를 통해 실태를 밝혀내고, 이를 토대로 제도적 그물망을 촘촘하게 짜 후진적 병폐의 재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우선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법제화부터 서두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