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구 개량 공사를 해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예요."
26일 오전 10시께 인천 미추홀구 제물포역 남측 일대. 이곳은 지난해 8월 시간당 80㎜의 폭우가 내리면서 한때 성인 허벅지 높이까지 물이 들어차는 등 침수 피해가 컸다.
이날 찾아간 제물포역 남측 일대에서는 침수 피해에 대비한 하수 시설물(빗물받이) 개량 공사가 한창이었다. 물이 빠지는 수로관을 설치하기 위해 보도 라인을 따라 땅이 파헤쳐져 있었고, 곳곳에 놓인 벽돌과 토목 시설물들로 공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인근 상인과 주민들은 "조치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냈다. 이 일대 침수 피해는 십 수년간 매년 반복돼왔는데, 하수구 개량 등 조치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었다.
제물포역 남측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정모(54)씨는 "매년 침수가 반복되니 오죽하면 '시간당 50㎜이면 보도블록까지, 70㎜ 이상이면 100% 침수'라는 걸 꿰고 있다. 비만 오면 실시간으로 구름 레이더 영상을 찾아볼 정도"라고 했다. 이어 "물이 가득 찬 상태에서 버스나 트럭이 지나가면 성인 허리 높이까지 파도가 친다. 유리를 깰 정도라 지난해에 피해가 컸다"고 하소연했다.
정씨는 "오늘도 비가 오고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됐는데 아직도 하수구 공사가 끝나지 않았다"며 "저 공사가 다 끝난다고 해도 올해를 무사히 보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수로관 설치 도보 파헤쳐진 곳도
시간당 70㎜ 폭우땐 여지없이 침수
위험지구 43곳중 23곳은 '미공사'
지난해 집중호우로 큰 침수 피해를 입은 부평구 부평구청역(십정1동·십정2동) 일대도 찾아갔다. 보도 근처 빗물받이를 살펴봤을 때 대체로 쓰레기 등이 치워진 상태였다. 새로 설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상태의 빗물받이도 있었다. 그러나 이 일대 역시 주민·상인들의 불안은 여전했다.
부평구청역 인근에서 노점을 하는 임모(66)씨는 "작년에 물이 가득 차 노점 집기들이 다 떠내려갔고, 냉장고 등도 전부 고장 나 새로 샀다"며 "작년에 빗물받이에서 물이 역류해 급격하게 차올랐는데, 올해는 예년보다 비가 더 많이 온다고 해서 더 걱정된다"고 했다.
지난해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구도심 일대는 인천시 자연재해저감 종합계획상 '내수재해 위험지구'로 지정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곳들은 2028년까지 연차적으로 펌프장·저류조 신설, 관거 개량, 관거 접합 개선 등의 사업이 추진되도록 계획됐다. 인천시에 따르면 전체 43개 지구 중 내수재해 저감사업이 완료된 곳은 10곳 정도로, 사업시행률이 23% 정도에 그친다. 23개 지구는 사업이 시작조차 되지 못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사업 예산이 부족하거나 부지 문제, 주민 민원 등으로 시행되지 못한 사업이 많다"며 "연내 자연재해저감 종합계획 재수립 용역을 착수해 현 실정에 맞도록 사업을 다시 계획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올해 장마철에 대비해 침수 피해 지역을 집중 점검하고, 인명과 재산 피해 최소화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에는 27일까지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30~100㎜의 비가 내릴 전망이다. 이후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 28일부터 주말까지 다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