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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내 28개 시군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29일 오전 안양시 만안구 반지하 밀집지역, 안양천 인근에 위치한 이곳은 지난해 여름철 집중호우로 200여 반지하 가구가 피해를 입어 두 손으로 물을 퍼내고 골목마다 침수 가전과 쓰레기가 나뒹굴었던 지역이다.

이날도 지난해처럼 비가 내리치기 시작했지만, 그간 수해 복구 및 예방책이 펼쳐진 덕에 아직까진 큰 피해는 확인되지 않는 모양새다. 인근 골목길 매점을 10년째 운영해온 최모(60대·여)씨는 "지난해는 전부 나서서 도와야 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했지만, 지금은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면서 "올해부터 통장이 침수방지 시설을 신청하라고 독려해서 많이들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곳곳에 위험 징후는 뚜렷하게 확인됐다. 배수구 틈으로 빠지지 않은 물들이 고이고 있는가 하면 반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을 통해 빗물이 저지대로 흘러 찰랑거리기 시작했다. 인근 건물 지하 1층에서 20년째 제조업을 운영하는 민모(57)씨는 지난해 침수피해로 1천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그는 "물이 쏟아졌던 창문 부분을 직접 틀어막은 상태지만 작년처럼 비가 쏟아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면서 "침수방지 시설도 신청했는데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화성시 반정지하차도 역시 바닥부터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배수구로 빗물이 빠지고 있음에도 물이 고이기 시작하면서 지나는 차량이 물 튀김을 크게 일으키는 등 통행에 불편을 일으켰다. 이곳은 상습침수구역으로 강수량이 많아지면 4.2m 높이의 도로 밑 공간이 가득 찰 정도로 빗물이 쉽게 모이는 구간이다. 지난해 역시 빗물이 가득 차올라 도로가 급히 차단되고 시에서 보수 공사를 한 바 있다.

이에 당장 피해는 관측되지 않아도 인근 도민들의 불안감이 이어지고 있다. 6년 동안 인근 도로변에서 자영업을 운영한 이모(69)씨는 "지난해에도 지금처럼 비가 내릴 때 빗물이 급격히 모이기 시작해 무섭기도 하다"면서 "2~3년 전부터 반복되는 상황인데 큰 변함이 없어 왔다"고 걱정했다.

본격적인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기 시작하자 지난해 집중호우 피해에 취약했던 지역 인근 도민들을 중심으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아직 침수방지 시설을 설치 중인 반지하도 다수인 와중에 오는 7월부터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측되면서 취약지역의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편 경기도는 비상 대응 단계를 가동하고 31개 시군 및 관계기관과 상황을 공유하면서 재난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