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청년들의 사회 진출을 국정과제로 지정·독려하고 있지만, 정작 공직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전문임기제공무원 자격기준은 학사 취득 시점 이후의 경력으로만 한정하고 있다. 졸업 전후로 일찍이 역량을 키워 온 청년들은 목소리를 낼 자격조차 얻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불만을 사고 있다.

행정학을 전공한 A(20대)씨는 대학생 시절부터 사회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학업 시간을 쪼개 가며 여러 활동을 병행해 왔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여러 시민단체 활동에 참여하는가 하면 휴학계를 내고 국회의원 보좌진으로서 다양한 국회 의정활동과 실무를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2년 전 졸업 후 취업 활동을 이어 온 그는 최근 한 정부 기관의 전문임기제공무원 채용공고에 지원하고자 했다.

그러나 면접도 전에 해당 기관으로부터 지원 자격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2년 이상 해당 분야의 실무 경력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은 학부생 시절 이미 충족했지만, 실무 경력이 학사 학위를 취득한 시점 '이후'만 인정되는 탓이었다.

A씨는 "청년들 대부분이 졸업을 미뤄가면서 관련 경력을 쌓고, 군 복무 기간까지 감수하며 빠듯하게 준비하는데도 학생 시절이라는 이유로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불공정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전문임기제공무원은 특정분야의 전문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할 때 지정된 임기에 한해 임용되는 공무원으로 정부기관과 지자체 등 행정기관에 수시로 채용돼 공직사회 내 전문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학사 학위 취득후 실무경력만 인정
정부 채용환경 개선 추진 '엇박자'


29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전문임기제공무원 응시 자격의 학위 기준은 임용예정 직무분야와 관련된 학사학위를 취득한 후 2년 이상 해당 분야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학위 취득 시점 이후 경력만을 인정하면서 청년들은 일찍이 전문성을 인정받더라도 공직사회에 기여할 길이 요원한 실정이다. 더구나 정부가 청년의 채용환경 개선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는데, 이와 반대되는 움직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법제처는 지난해 10월 청년의 취업이나 자격 취득에 필요한 실무경력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으로 일부 관련 법령의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현행 법령상 전문임기제공무원의 특수성을 감안해서 상대적으로 유연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으며, 학위 기준을 조정할 경우 공무원임용령상 전반적인 임용 과정에서 큰 틀의 조건이 동시에 조정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