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학생통학용 마을버스 노선 관리를 위한 시스템 운영이 1년 가까이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경기도와 각 기초단체, 경기도 어린이학생통학운송사업협회(이하 협회)에 따르면 약 40년 전부터 도내 곳곳에서 대중교통으로 학교에 가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학교·학원 운행 차량과는 별개로 통학 지원 차량이 운행돼 왔다.
이 같은 학통 버스는 도내 11개 시에 430여대가 있지만 운행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는 없다. 학통 버스를 마을버스의 일종으로 간주하고 2021년 관련 조례를 마련한 도(2021년 5월3일자 7면 보도)는 조례 제정 후 학통 버스의 운행 내역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차량별로 GPS 기능이 포함된 관리 시스템 설치를 추진했다.
이용자가 비용을 카드로 결제하고 학생의 탑승 내역을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시스템에 포함됐다.
도는 30%, 각 시는 70%의 비용을 분담했고 시스템 구축·관리 사업은 협회가 진행했다. 사업 수행자로서 협회 지위를 규정하는 일부터 도와 협회 간 입장 차가 있었다.
당초 학통 버스와 관련해 경기도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내 학생통학분과위원회(이하 분과위)라는 조직이 있지만 사업 수행을 위해 별도의 기구인 협회를 꾸렸다는 게 협회 주장이다.
도·시군서 1대당 7만원씩 보조금
道, 비용 지출 협회 警 고발 무혐의
사업 여부 불투명… 지자체, 난감
도는 사업 수행자를 협회가 아닌 분과위로 보고 있다. 이후 도·시군으로부터 차량 1대당 7만원씩의 보조금을 수령한 협회는 7만원 중 2만원을 인건비와 홍보비로 지출했다.
도는 보조금 사용 계획을 임의로 변경해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보고 지방보조금법(지방자치단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 3월 협회(분과위)를 경찰에 고발했다. 사업은 위법 논란이 처음 불거진 지난해 8월부터 이미 1년 가까이 중단돼 있는 상태다. 그러나 최근 경찰에선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해 혐의가 없는 것으로 보고 검찰에 불송치했다.
불송치 결정에도 사업 재개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경기도 관계자는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해 실적이 없어 예산을 계속 편성해야 할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사업을 지속하는 게 어렵고, 더 이상 예산을 세울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런 도의 대응이 부당하다고 반박한다.
협회 관계자는 "경찰 수사에서도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는데 사업을 안 하겠다는 건 몽니를 부리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당초 구상할 때 4년 계속 사업으로 설계됐던 만큼 합당한 이유가 없는 한 계획대로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이에 대해 최근 김동연 도지사에게 탄원서를 제출하는 한편, 도 해당 부서에 관한 감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안전을 강화하고 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차량들의 관리를 체계화하기 위해 어렵사리 조례를 만들어 시행을 추진했지만 제대로 시작도 하지 못한 채 사라질 처지인 셈이다. 1년 가까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각 기초단체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시 관계자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뭔가 결정이 될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아서 계속 기다리고 있다. 도에선 여전히 협회가 보조금을 부적절하게 썼다고 보고 행정처분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불송치 결정이 내려진 마당에 시에서도 무리하게 일할 수는 없어서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