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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신협 문화센터 난타 강좌 수강생들이 지역축제 '부곡동 한마음 걷기 대회' 때 펼친 공연. /의왕신협 제공

지난달 23일 오후 3시 의왕시 의왕신협 본점 5층 문화센터에선 평일 오후 시간임에도 때아닌 '오픈런'이 펼쳐졌다. 의왕신협이 주최하는 여성 유머강사 박인옥씨의 '웃음강연'을 보기 위해 200명에 달하는 고령의 방문객이 몰렸기 때문이다.

강연장 176석이 순식간에 차면서 더 이상 들어갈 수 없게 되자 곳곳에서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강연장 뒤쪽에 좌석이 추가로 마련됐고, 비로소 방문객 모두가 한바탕 배꼽을 잡으며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를 날렸다. 방문객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유머 덕택에 강연장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강연을 들은 의왕신협 조합원 김성례(78)씨는 "간만에 제대로 웃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면서 "올해 조합원이 됐는데 인근에 영화를 보거나 강연을 듣는 문화센터는 이곳밖에 없어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자주 오는 편"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29년 맞은 문화센터, 조합원들 '갈증' 풀어
철도 개통과 함께 발전 순자본·배당률 높아


의왕신협은 1973년 설립돼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문화센터 역사도 못지 않게 길다. 29년 전인 1994년부터 문화센터 강좌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인문 강연, 영화, 여가 활동 등을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의왕시엔 문화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문화생활을 즐기려면 인근 수원시나 안양시로 나가야 했지만, 오래도록 그 빈자리를 문화센터가 메워왔다.

의왕신협은 경부선 철도 개통과 그 역사를 함께 한다. 1905년 경부선 철도 개통으로 현재의 의왕시 삼동 192번지에 철도기지가 들어섰다. 자연스럽게 철도 종사자를 위한 관사단지도 조성되면서 철도는 의왕시의 주 경제기반시설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철도 종사자들과 의왕시민은 경제적 자립을 위한 금융기관이 필요했는데, 그렇게 59명의 조합원이 3만3천원의 자산을 모아 설립한 게 의왕신협이다.

설립 당시 조합원이었던 최병길(85) 제8대 의왕신협 이사장은 "당시 의왕시는 가난했고, 은행도 없었다. '신용협동조합' 개념이 생소해 초창기엔 우여곡절도 있었으나 모두가 '가난을 면해보자'란 취지로 열심히 활동했다"며 "그랬던 조합이 현재는 지역 경제와 사회에 버팀목 역할을 하니 흐뭇하다"고 회고했다.

초창기 조합원들의 간절한 열망은 현재 의왕신협이 우수한 금융기관으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의왕신협의 자산규모는 지난 5월 말 기준 7천306억여원에 달한다. 50년 동안 흑자 경영을 유지하고 있으며, 순자본비율도 꾸준히 상승해 6.66%다. 배당률도 5.5%로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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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신협에서 진행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 어부바멘토링 사업. /의왕신협 제공

의왕신협 조합원(지난 5월 기준 2만954명)은 의왕시민 전체의 13%를 차지한다. 그만큼 지역 친화적이고 사회공헌 규모가 상당하다. '온세상나눔캠페인'을 통해 취약계층에게 이불과 생필품 등을 지원하는 한편 '부곡장학회'를 만들어 지역청소년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모인 봉사단체 '신사모(의왕신협 봉사단)'는 노인복지관 고령층에 배식 봉사 활동 등을 진행한다. 의왕신협 산하 문화센터 강좌 수강생들은 '의왕철도축제' 등 지역축제에 직접 참여해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침체된 소상공인과 상생하기 위해 '어부바상품권'을 발행해 지역경제 활성화도 돕고 있다.

부곡장학회·신사모 등 지역 친화 공헌활동
병원 할인·장수사진… 고령 복지도 동참


특히 50년 세월을 함께 해온 고령의 조합원들을 위한 복지 혜택이 좋은 편이다. 문화센터를 통해 오랜 시간 고령 조합원들에게 인문 강연, 영화, 여가 활동 등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물론, 지역 여러 병원과 협약을 체결해 고령의 조합원들이 할인 가격으로 진료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엔 노년의 추억을 기록하는 '장수사진 촬영행사'도 진행했다. 고령의 조합원이 지금의 의왕신협을 만들기 위해 '어부바'했다면, 이제는 의왕신협이 조합원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있는 셈이다.

장수사진
의왕신협이 지난해 진행한 장수사진 행사. /의왕신협 제공

'우리는 지역민의 평생 행복을 어부바하는 금융동행 의왕신협'. 지난 50년 동안 의왕신협이 삼은 모토다. 의왕신협은 앞으로의 50년도 이 모토에 기반해 나아갈 계획이라고 했다.

박세웅 의왕신협 이사장은 "지난해 의왕신협의 숙원 사업이었던 신사옥을 건립해 미래를 위한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에서 거둬들인 수익을 지역사회 공헌을 위한 사업에 쓰고 금융·문화·교육에 소외되는 이웃들과 나누기 위해 약 30년 전에 의왕신협 문화센터를 조성했다. 취미교실, 초청강연, 무료영화상영, 테마여행, 둘레길 동호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끊임없이 소통하며 조합원과 지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혜택을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 신협이 있어 조합원 여러분의 하루하루가 행복한 의왕신협을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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