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시에서 군 복무를 하던 23살 청년 박정환은 파병에 지원해 13개월 동안 베트남 나트랑 일대에서 군수 보급 및 초병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종전 후 귀국한 청년에게 '내 집 마련'은 버거운 일이었다. 지급받은 참전수당으론 생계를 유지하기 부족했고, 파병 기간 생긴 고엽제 후유증으로 여러 차례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렇게 청년은 노년이 되기까지 양주시와 의정부시 등 일대를 전전하며 50여 년을 보냈다.

77세가 된 베트남 참전 유공자 박씨는 지난달 24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마련한 '보훈보금자리 의정부'에 입주했다.

그는 "그동안 월세로 여러 곳을 이사 다니며 살았다. 예전에 (보훈보금자리 주택 입주를) 지원했는데 이번에 선정이 돼서 입주하게 됐다"며 "이때까지 살았던 집 중에서 가장 좋다. 베트남 참전 유공자들이 나이가 많이 들어 여생이 별로 남지 않았는데, 그전에라도 이런 혜택을 더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고 입주 소감을 밝혔다.

잉여 공공임대주택을 군 초급 간부들의 숙소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한 LH(6월19일자 12면 보도)가 이번엔 국가유공자와 유족을 위해 주변 시세의 30% 가격으로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는 '보훈보금자리'를 의정부시에 마련했다. 


의정부시에 두번째 '보훈보금자리'
신축 다세대 주택 기반 매입 공급
주변 시세 30%… 최장 20년 거주


3일 LH 경기북부지역본부에 따르면 국가유공자와 유족을 위한 특화주택 '보훈보금자리 의정부' 입주식을 4일에 개최한다. 보훈보금자리는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하는 국가유공자를 위해 LH와 국가보훈부가 제공하는 특화주택으로, 국가유공자 처우 개선 취지로 시작됐다.

입주 대상자는 보훈 관계법에 따라 지난 3월 국가보훈부 추천 및 무주택 여부, 소득·자산 등에 대한 검증을 거쳐 선정됐다.

보훈보금자리 의정부는 지난해 7월 입주를 시작한 '보훈보금자리 강동'에 이은 전국 두 번째 특화주택으로, 경기도에선 유일하다.

해당 주택은 LH가 매입한 신축 다세대주택을 기반으로 했다. 모두 37가구가 거주할 예정이다. 임대보증금과 월 평균 임대료는 각각 560만~900만원과 22만~30만원이다. 단지엔 커뮤니티 공간과 세대별 전용 창고가 마련돼 있고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 및 경전철 범골역, 시청과 근린공원, 문화시설, 대형마트 등이 인접해 있어 생활 편의성이 높다.

이번 보훈보금자리 의정부를 마련하는 데 LG전자도 힘을 보탰다. LG전자는 모든 세대에 세탁·건조 전자제품(워시타워 콤팩트) 37대를 기부했다. 특화주택 내 커뮤니티 공간에 냉장고와 에어컨도 무료로 증정했다. LG전자는 지난달 충청남도에 거주하는 독립유공자 가정엔 LG 휘센 창호형 에어컨 10대를, 지난해 제77주년 광복절 당시엔 독립유공자 후손들에 디오스 식기세척기 20대를 전달한 바 있다.

LH는 향후 '보훈보금자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H 경기북부본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가유공자분들의 주거 안정 및 상향을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수도권을 포함한 타 지역에 확대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