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기증문화가 대한민국을 풍성하게 가꾸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는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과 전국민적 이슈를 몰고 경기도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이건희컬렉션 한국 근현대미술 특별전' 등이 대표 사례다.
박주환과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생전 수집한 작품과 유물이 대중에 공개되면서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박물관에도 기증문화가 확산하면서 보물급 문화재들이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18년과 2019년 풍양조씨 '회양공파' 묘역과 그 주변에서 출토된 복식, 지석, 고서 등이 기증됐다. 지난해엔 초상화와 전석 등이 경기도박물관에 위탁돼 조선 후기 사대부 가문의 다양한 면모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이경석 궤장 및 사궤장 연회도는 보물로 지정된 뒤 기증됐다. 반면 정몽주·조영복 초상처럼 기증된 이후 보물이 된 유물도 있다.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보물이 될 만한 가치를 인정받은 유물도 다수다. 미술관이 감성을 자극하고 개인의 인격과 행복을 증진 시킨다면, 박물관은 통찰력과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가치관을 정립하는 기능을 한다. 문화계 기증 문화가 미술관과 박물관 소장품의 양과 질을 끌어올리고 있는 만큼 사람들의 행복과 가치관에 폭넓게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부터 상속세를 대신하는 물납이 허용되는 품목 중에 미술품이나 유물 등이 포함됐다. 각각 미술품·유물시장에서뿐 아니라 폭넓게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기증 문화가 확산하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공적 영역에서도 이런 기증 문화를 수용할 준비가 돼 있는지 점검이 필요한 때다.
최근 몇 년 사이 명작들이 경기도미술관에 전달된 적 있지만, 수장고 부족으로 다른 지역 미술관에 넘겨줘야만 했던 안타까운 사례가 있다. 좋은 뜻이 담긴 작품을 받을 그릇이 없어 도민들이 누릴 혜택을 타 지역으로 넘겨줘야만 했다는 사실을 곱씹어봐야 한다. 또 최소한의 성의라고 할 수 있는 기증보상금이 편성되지 못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소장품 수집 예산을 단 한 푼도 편성하지 못한 채 '좋은 뜻'에만 의지해서는 안 될 일이다. 기증 문화를 부추겨 우리 문화·예술계가 더 풍성해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사설] 문화계 기증 확산에 역행하는 문화행정
입력 2023-07-03 19:55
수정 2023-07-0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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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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