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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효은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한 달 전 장애인단체는 인천 1호선 부평역의 한 승강장에서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올해부터 시내버스를 교체할 경우 저상버스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하지만 인천시는 전체 시내버스 210개 노선 중 92개 노선을 저상버스 도입 '예외 노선'으로 정했다. 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이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50여 명의 장애인은 지하철을 타고 인천시청 앞까지 이동했다. 비장애인이라면 인천시청역 5번 출구에서 인천시청 앞까지 6분이면 도착할 거리였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역사 안의 1대뿐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승강장을 빠져나오는 일도 쉽지 않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30분이 훌쩍 지난 시간이 돼서야 장애인들이 모두 모일 수 있었다.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한 40대 뇌병변 장애인에게 주로 어떤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느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장콜'(장애인 콜택시)이었다. 버스를 탈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집 근처 정류장엔 저상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또 버스 기사가 휠체어가 오를 수 있는 슬로프를 내리지 못해 버스를 타지 못한 적도 있다고 한다. 버스도, 지하철도 이용하지 않는 그는 장콜을 기다리다 약속 장소에 늦는 일이 자주 있다고 익숙한 듯 말했다.

며칠 뒤 동구의 한 버스정류장을 찾았다. 한 버스 업체는 해당 정류장이 경사로에 있어 저상버스를 운행할 수 없다며 인천시에 예외 노선 신청을 했다. 하지만 정류장에서 확인해보니 다른 버스 업체의 저상버스가 운행 중이었다. 인천시가 저상버스 도입을 꺼리는 업체들의 요구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수용한 것이다.

다행히 인천시는 저상버스 도입 예외 노선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인천에 저상버스가 도입된 노선은 전체 시내버스 210개 노선 중 40개 노선에 불과하고, 저상버스 운행 비율이 50%가 넘는 노선은 26개뿐이다. 장애인들에겐 버스, 지하철, 택시를 선택할 권리마저 당연하지 않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백효은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