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에서 배전·전기 작업을 하는 한국전력(이하 한전) 하청노동자들이 준법투쟁에 돌입해 지지부진한 임금협상 과정과 열악한 노동조건 등에 대한 해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경기도전기지부(이하 전기지부)는 4일 수원시 인계동 한전 경기본부 앞에서 총파업·총력투쟁 출정식을 열고 "하청인 배전공사 전문회사가 노동자들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아 임금협상이 결렬을 거듭하고 있다"며 "전문회사가 성실한 교섭에 임할 수 있도록 원청인 한전이 중간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기지부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배전 노동자들이 계약을 체결한 전문회사와의 임금교섭 등이 9차까지 진행됐지만, 성사되지 않은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에 전기지부는 지난달 26일부터 무기한 준법투쟁에 나설 것을 선언했으며 이날 경기남부(수원)와 경기북부(의정부)로 나눠 출정식을 열었다.
이들은 "경기도지역 배전공사 65개 전문회사와 창구 단일화 절차를 시작으로 9차의 협상 과정과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을 진행했지만, 해법을 찾지 못했다"며 "폭염과 혹한의 날씨에도 수십 미터 전신주에 올라 위험 작업을 감내하고 있는데, 하루빨리 임단협이 해결돼 현장에서 마음 놓고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회사와 9차례 교섭 '평행선'
"한전, 노사관계 부당 개입" 주장
전기지부는 이날 한전이 '배전공사 전문회사 업무처리기준'을 마련, 배전 노동자 중 일부를 '필수유지업무'로 지정하는 등 노사관계에 부당한 개입을 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전문회사가 이 기준에 따라 노동자를 고용하는데 필수유지업무 인력은 설비유지관리에서 빠질 수 없어 노동쟁의 등 노동권 행사가 필요할 때 힘을 결집하는 데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김덕수 전기지부 사무국장은 "감전사고와 추락 같은 중대 재해가 예기치 못하게 찾아오는 게 배전 노동자들의 일터"라며 "이들의 건강권과 생존권을 지키려는 기본적인 노동행위조차 막으려는 한전의 개악 움직임을 결코 지켜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전 경기본부 관계자는 "임금협상은 사업주(하청)와 노동자 간의 문제여서 직접 개입하기는 어렵지만, 노조 측의 요구 사안에 대해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필수유지업무 지정과 관련) 전기사업의 특성상 필수유지업무 인력 운영이 불가피하며 이는 한전 본사 기준에 따른 전 지역본부의 공통 운영 사항이다. 경기본부 차원의 별도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