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3시께 수원시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 이날은 비가 왔지만 해당 주차장의 기온은 32.5도로, 같은 시각 수원시 평균 기온(24.2도)보다 8도가량 높았다. 열을 식히는 쿨링팬 등의 기기가 주차장 내에 설치돼 있었지만, 차량 200여 대를 주차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의 온도를 낮추는 데는 역부족인 듯했다.
이곳에서 쇼핑 카트 정리 업무를 하던 한 직원은 "평일엔 4명, 주말엔 8명 정도가 쇼핑 카트 정리 업무를 한다"며 "오늘 비가 와서 좀 덜 더울 줄 알았는데 습도가 높아서 더운 것 같다. 더울 땐 이동식 에어컨 앞에 가서 쉰다"고 말했다.
온열질환 노출 실내·외 '사각지대'
휴게실 멀고 냉방 미흡 '기준 필요'
폭염이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면서 노동자들이 온열질환 등의 위험에 노출된 실정이다. 실외는 물론, 실내인 대형마트 주차장 등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이런 상황 속 폭염주의보 발령 시 보장되는 휴게시간은 권고사항에 그쳐 무색한 수준이라, 관련 법 개정을 통해 폭염 시 노동자들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19일 하남시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쇼핑 카트 정리 업무를 하던 A(31)씨가 사망했다. 이날 하남시의 낮 최고기온은 33도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는데, A씨는 8시간 동안 햇빛에 노출된 채 매 시간 200여 개의 철제 카트를 묶음으로 밀고 다니는 업무를 했다.
하지만 에어컨 등 냉방 기기는 제대로 가동이 되지 않았고, 휴게실은 멀리 떨어져 있어 3시간마다 주어지는 15분 휴식 시간에 다녀오기 어려웠다는 게 A씨 동료들의 설명이다.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쇼핑 카트 정리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은 업무량은 많은데 인력이 부족해 휴게시간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폭염주의보 발령 시 보장돼야 하는 휴게시간마저 이들에겐 사실상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다.
인천시의 한 대형마트에서 15년째 근무하고 있는 윤모(50대 후반)씨는 "대형마트 종사자 중 주차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하청업체 소속인 경우가 많다. 대체로 휴게실은 마트 내부에 있는데 주차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쉬기엔 물리적, 심리적으로 멀다"고 밝혔다.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 이사장(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은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은 고열 작업에 대해 굉장히 협소하게 정의하고 있다. 이 기준에 포괄되지 않는 마트나 물류센터 등을 포괄하는 안전 기준을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 실태를 파악한 후 어떤 수준이 권고인지, 어떤 수준엔 강제가 필요한지 따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