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일요일 정오께, 수원시 권선구의 한 아파트에서 "에어컨 실외기에 불이 붙어 연기가 피어오른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 주소는 1천 세대가 넘는 아파트 단지 내 20층 건물로, 밀집 거주지인 데다 휴일까지 겹쳐 큰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소방당국은 인력 31명과 장비 13대를 동원해 신속히 현장으로 출동했다.
거주자, 불씨 보자마자 소화기 분사
휴일·밀집 거주로 큰피해 상황 막아
주택용 설치율 경기도 36.9% 불과
"안전지키기 위해 적극협조 필요"
그러나 현장에 도착한 소방은 다행히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미 연기는 안 보이고 타는 냄새만 남아 소강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는 거주자 정재원(41)씨가 '주택용 소화시설'로 신속하게 초동조치를 한 덕분이었다. 분리수거를 하고 돌아온 정씨는 불씨를 발견하자마자 곧장 신발장에 있던 소화기를 챙겨 분사했고, 5분 내로 큰불을 잡을 수 있었다. 정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순간 집안에 소화기가 있던 게 반사적으로 떠올라 바로 챙겨왔다"며 "아이들이 다치지 않아 천만다행"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주택용 소화시설은 화재를 초기에 막아 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화재 상황을 즉각 경고하는 '단독경보형 감지기'와, 화재를 초기에 진압할 수 있는 '소화기'로 구성된다. 특히 주택 내 화재는 사망사고로 이어지는 비율이 커 설치 필요성이 크게 요망된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화재사고 중 주택화재 발생률은 전체의 18%인 반면, 화재 사망자 비율은 47%(1천454명)에 달했다. 지난달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에서도 화재로 40대 남성과 7세 자녀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 관계자는 "전형적인 공동주택 내에서 발생한 화재로 초동 대처가 없었다면 인명 피해로 확산할 가능성이 큰 환경이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필요성을 절감해 지난 2012년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의무화 법률을 제정했지만, 미설치 시 처벌 조항이 없고 인식도 부족해 설치율은 절반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2020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적으로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율은 35.4%, 경기도 설치율은 36.9%로 나타났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외국인 노동자 숙소(87%)와 취약계층(82%) 등 화재 취약가구를 중심으로 설치율을 높여가는 한편, 주택용 소방시설 무료설치팀을 출범해 전체 설치율을 높이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설치 캠페인과 공공시설 홍보물 등으로 적극 홍보하고 있다"면서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시민분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