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12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소금밭사거리에서 연수구청 관계자들이 정당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인천시는 전국 최초로 정당현수막을 규제하는 내용의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 개정'을 지난 8일부터 시행하고 이날부터 본격적인 단속을 시작했다. 2023.7.1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정당현수막을 떼어내니 속이 시원하네요."

12일 오전 10시15분께 인천 연수구 동춘동 소금밭사거리. '불법 행위 단속' 문구가 쓰인 조끼를 입은 용역업체 직원, 그리고 인천시청과 연수구청 공무원들이 모여 사거리 신호등과 가로등에 걸린 정당현수막 두 개의 줄을 날카로운 갈퀴 모양의 도구로 끊어냈다. 길거리에 난립한 정당현수막을 지방자치단체가 강제 철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市, 개정조례 지난달 공포 첫 시행
연수구 63개 단속에 주민들 환영


인천시의회는 지난 5월 정당현수막을 지정된 게시대에만 걸도록 하는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당현수막 개수를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하로 제한하고, 혐오·비방 내용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 중 이런 내용의 조례가 시행된 건 인천이 최초다.

인천시청은 개정 조례를 지난달 8일 공포하고, 한 달간 계도·홍보기간을 거쳐 이날 연수구청과 함께 처음으로 정당현수막 강제 철거에 나섰다.

연수구청의 정당현수막 단속 소식을 접한 정당에선 일부 현수막을 전날 수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날 첫 단속 장소는 연수구청 앞 사거리에서 소금밭사거리로 변경됐다.

주민들은 정당현수막 단속에 반가운 기색을 내비쳤다.

소금밭사거리 횡단보도 앞에서 만난 주민 문모(65·여)씨는 "주민을 위한 정책보다는 자기 정당은 부각하고 상대는 깎아내리는 내용의 현수막이 주로 달렸었다"며 "남을 헐뜯는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지금까지 정당이란 이유로 무분별하게 게시해 왔는데 규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주민 권모(54)씨도 "어느 정당에서 다른 정당을 비난하는 현수막을 걸면 그 정당에선 '사돈 남 말'이라고 쓴 현수막을 내거는 행태는 정치가 아니었다"며 "행인이 현수막에 걸려 다치는 사고가 있었고 도시 경관도 해쳐서 현수막을 좀 치워달라고 구청에 민원도 많이 넣었다"고 토로했다.

인천시청과 연수구청은 이날 오후 5시까지 원인재역 인근 사거리 등 연수구 일대에서 63개 정당현수막을 철거했다. 먼우금사거리에선 '괴담정치 말고 민생정치 합시다'라고 쓰인 정당현수막 1개를 철거하려 했지만, 해당 현수막을 건 정당에서 자진 철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철거 작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사고 위험·도시경관 해쳐" 토로
행안부 소송에 계속될지는 미지수

전국 최초로 진행된 인천시의 정당현수막 단속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15일 해당 조례의 위법성을 따지기 위해 인천시의회를 상대로 '조례안 의결 무효확인' 소송장을 제출하고, 해당 조례의 집행 정지를 신청한 상태다. 인천시 조례가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이 정해놓은 범위를 넘어선다는 이유에서다.

인천 한 구청 담당 부서 공무원은 "일부 정당에선 현수막 단속 공무원 개인을 재물손괴죄 등으로 고소·고발하겠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며 "일선 공무원들 사이에선 정당현수막 강제 철거에 대한 걱정이 많다"고 털어놨다.

인천시 최태안 도시계획국장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인천시의회가 의결한 조례가 유효하다고 판단해 앞으로도 각 군·구청과 합동 단속을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