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에서 소위 '디스코팡팡' 놀이기구 시설 직원들이 10대 여성 청소년들을 꾀어내 성폭행하고 마약 투약까지 일삼은 혐의로 수사를 받는 가운데, 해당 시설을 찾는 학생들이 대개 방황하는 가출 청소년들이었던 탓에 범죄 피해에 취약한 환경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경기남부경찰청(경기남부청)에 따르면 최근 수원역 디스코팡팡 직원 A씨 등 8명이 성매매 강요 등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이들 일당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피해 여학생들을 집으로 불러 성폭행하거나 협박해 성매매를 알선하고, 합숙해 생활하며 마약류를 흡입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오후 찾은 해당 시설 인근 시민들은 자주 드나들던 학생들 일부가 가출 청소년들이었던 탓에 직원들에게 의지하다시피 생활했다고 입을 모았다. 인근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A씨는 "수년 전부터 디스코팡팡 직원 남자들이 특정 10대 미성년자들을 몰래 데리고 와 투숙하는 일이 잦았고 경찰에 적발돼 벌금을 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근처 상가 자영업자 B씨도 "(피해 청소년들은) 얼굴과 인상착의도 짐작 가는 학생들이 있다"면서 "밤낮 가릴 것 없이 디스코팡팡 직원들과 붙어 다니면서 지내고, 알게 돼 모인 친구들이 다른 학생들을 불러내는 방식으로 그 수가 점점 많아져 왔다"고 말했다. 


수원역 놀이시설 직원 8명 구속
미성년자와 숙박업소 잦은 투숙
"보호받지 못한 학생 특정" 우려


이에 학교나 가정 내 보호받지 못한 청소년들을 특정해 노린 범죄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해당 지역 관할 경찰 관계자는 "최소 5년 전부터 가출신고가 들어온 여성 청소년들이 디스코팡팡 시설 내부나 인근 숙박업소에서 발견돼 학부모에게 인계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있어 왔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10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틱톡' 등 SNS에서는 여전히 해당 업체를 두둔하는 댓글이 연일 달리면서 추가 피해 우려를 낳고 있다. 해당 사건을 알리는 한 틱톡 영상 댓글에는 '지금은 다른 디제이, 연습생이 운영한다', '현재 오빠들은 돈 요구한 적도 없고 착하고 잘 챙겨준다'며 업체를 비호하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해당 시설은 전날부터 운영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이날 시설 근처에서 만난 관계자는 "현재 수사를 받는 운영팀들과 전혀 관계된 사실은 없지만, 분위기를 고려해 운영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피해자 관련 사항은 확인이 어려우며 사건에 연루된 일당을 폭넓게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