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성시 경동택배 물류 터미널에서 30대 외국인 하청 노동자가 분류 작업하던 우레탄폼 스프레이가 터진 충격으로 숨진 가운데(7월7일자 5면 보도=베트남 고향 돌아가겠다던 꿈, 산업현장서 멈춰선 숨), 폭발 위험이 있는 스프레이를 집화(물품을 고객으로부터 받는 것) 과정에서 걸러낼 장치가 있었음에도 유명무실해 인명피해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경기도 내 경동택배 복수의 영업소 등에 따르면, 영업소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택배 표준약관'에 기반해 집화 금지 상품을 두고 있다.
택배 운송 규격을 초과하거나 파손 위험 상품과 우레탄 폼 스프레이처럼 폭발 위험성이 큰 가스류(부탄가스 등), 배터리류 등이 대표적이다. 영업소마다 집화 금지 품목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폭발 위험이 큰 인화성 물품의 경우 금지 품목에서 빠지지 않는다는 게 도내 영업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문제는 표준약관 자체에 법적 구속력이 없어 위험 물품이 버젓이 유통된다는 점이다. 앞서 3일 사망사고의 경우도 터미널에 위험 물품이 입고되기 전 택배 기사가 물품을 접수했을 시점과 영업소 검수 과정 등에서 걸러낼 여지가 있었지만, 이를 구속할 규정이 없어 방치해 빚어진 결과란 지적이다.
심지어 사망사고 다음날 원청인 경동물류 경동택배 본사가 각 영업소와 지사에 긴급 공문을 보내 우레탄폼 스프레이가 폭발할 우려가 있다며 무기한 수탁하지 말 것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영업소 관계자들은 늑장 대처일 뿐, 인명 사고가 나면 사고 원인 품목을 하나씩 금지할 것이냐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화성 경동택배 물류 터미널서 '가스류 상품' 터져 외국인 노동자 숨져
'인화성물질 통제' 걸러낼 여지 있었지만 법적 구속력 없어 '유명무실'
전문가들은 위험 물품 등이 폭발해 사망사고까지 이어지는 만큼, 권고가 아닌 유통을 통제할 법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우레탄 폼 스프레이뿐 아니라, 화약류, 배터리류 등 폭발 위험이 있는 물품의 배송을 차단할 법 규정이 필요한 때"라며 "업체별 직 배송이 이뤄진다 해도 안전조치를 강화하는 식에 대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해 수사 중인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관련 법에 근거해서 안전수칙 등을 위반했는지 조사하고 있다"며 "(원청 경동물류 경동택배 측이) 위험 물품을 유통한 게 적절했는지 여부도 함께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경동물류 경동택배의 답변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하는 한편 김포시의 본사를 찾았지만, 경동택배 관계자는 "(사망사고 관련) 일체 답변을 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