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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총파업을 개시한 13일 오전 수원시내 한 병원에 파업으로 인한 진료 제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3.7.13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13일 오전 10시께 수원시 아주대병원. 1층 로비 한가운데 '보건의료인력확충!'이라 적힌 현수막을 배경으로 환자와 내원객 수십 명이 각자 바삐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한 진료과 앞에서 30번대까지 치솟았던 대기 순번은 이내 20여분 만에 한 자릿수로 내려왔다.

전날 총파업을 선언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소속 의료종사자들이 자리를 비웠지만(7월13일자 1면 보도), 현장의 방문객들은 평소보다 큰 불편은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딸과 함께 병원을 찾은 수원시에 사는 김모(52)씨는 "3년 전부터 어머니가 입원해 계셔서 주기적으로 찾아오는데 평소와 크게 다른 분위기는 아니었다"면서 "자녀 이비인후과 진료도 함께 봤는데 특별히 오래 걸렸다거나 불편한 상황은 없었다"고 말했다.

정기 건강검진을 받으러 왔다는 이모(50대·여)씨는 "원래 오후 예약이었는데 병원에서 파업 상황을 설명하면서 오전으로 사전에 조정해서 지장 없이 접수할 수 있었다"고 했다. 평택에서 온 최모(50대)씨도 "급히 부상을 당해 예약 없이 방문했는데 30분 정도 기다렸지만, 과거 이곳을 이용하던 때와 크게 다를 것 없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오후 안양시 한림대학교성심병원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 달 전 피부과 치료를 받고 이날 다시 내원했다는 권모(64)씨는 "경북에서 오느라 예약 시간이 틀어지면 곤란했는데 계획했던 대로 잘 마쳐서 다행"이라고 했고, 이모(50대·여·과천)씨도 "척추 치료로 1년 동안 한 달에 한 번꼴로 진료를 받는데 대기부터 치료를 모두 마치는데 5분밖에 안 걸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건의료노조가 예고한 총파업 첫날 경기지역 현장은 대체로 우려했던 '의료 대란'까지는 이어지지 않은 모습이다. 노조 측이 일부 필수인력은 유지하기로 하는 한편, 병원 차원에서도 사전 예약을 조정하는 등 의료공백을 대비한 영향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의료원에서는 초진을 받지 않는 등 공백이 나타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은 보건의료노조가 예고한 파업 기간인 14일까지 소아청소년과와 안과를 제외한 초진 환자를 받지 않고, 예약환자만을 진료하고 있었다. 고양시 국립암센터는 파업 기간 100여 건의 수술 일정을 재조정하고 있다.

경기지역 보건의료노조 파업 규모는 경기도의료원(6곳)과 상급종합병원(3곳) 등 모두 20개 기관의 7천7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인천지역은 의료기관 5곳과 혈액원 1곳 등 모두 6곳의 노조원 179명이 파업에 참여한 가운데 이날 해당 기관들은 모두 정상 운영됐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당장은 이틀간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상황에 따라 무기한 파업 전환 여부 등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