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오후(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110분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관련 내용을 공동 발표했다.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 궁에서 열린 이번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을 언급, "드니프로 강의 기적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한국 기업의 재건 사업 참여 방안의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여느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연설을 시작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에 이어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게 되어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저와 대한민국 정부 대표단의 이번 방문이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국민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소회를 이어갔다.
또 "지금부터 70여 년 전, 북한과 공산 전체주의 세력의 불법 침략을 받은 대한민국은 전쟁 발발 수개월 만에 국토의 90%를 빼앗기고,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위기에 처했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한국은 최남단 방어선에서 기적적으로 승리하고, 북한의 침략을 격퇴하였다"고 전쟁의 상처를 받은 한국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젤린스키 대통령으로서 죽음을 겁낼 권리가 없다고 말씀하신 것을 기억한다"며 "생즉사, 사즉생의 정신으로 우리가 강력히 연대해 함께 싸워나간다면, 분명히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회담에서 양국이 새로운 희망의 역사를 쓰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안보와 관련, "저와 젤렌스키 대통령은 무엇보다 안보 중진을 위한 노력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며 지난해 방탄복 같은 군수 물자에 이어 올해도 더 큰 군수 물자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취약해진 글로벌 식량 안보, 에너지 안보 증진을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이어가면서 양국 간 긴밀한 소통을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인도적 지원 물품도 최대한 신속하게 지원키로 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지난 5월 젤렌스키 대통령님과의 정상회담 이후,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지뢰 탐지기 장비와 인도적 지원 물품을 신속히 전달한 바 있다"며 "지난해 약 1억불의 인도적 지원에 이어, 올해 1억 5천만불의 인도적 지원으로 효과적으로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재정 안정성을 위해 세계은행과 협력하여 재정 지원도 새롭게 실시할 계획이라는 협상 내용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양 정상은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양국 정부와 기업 간의 협력을 확대해 하고, 한국 재정 당국이 이미 배정해 놓은 1억불의 EDCF 사업 계획을 활용해 인프라 건설 등 양국 간 협력 사업을 신속히 발굴하고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온·오프라인 교육 시스템 구축을 위한 협력을 위해 "작년에 우크라이나에 개소된 코이카 사무소를 중심으로, 전쟁으로 파괴된 교육기관 재건을 위한 협력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우크라이나 미래 세대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덧붙여 "현재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학생들이 안심하고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더 많은 학생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장학금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겠다"며 "우크라이나 학생들이 교과서에서 '한강의 기적'을 배우게 되었다고 알고 있다. 저는 '드니프로 강의 기적'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확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번영을 바꾸는 동반자가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와 함께 세계의 자유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하는 믿음직한 파트너가 되자"고 역설했다.
폴란드 바르샤바/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